서울 강남권에서 올해 최고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나왔다. 예상되는 시세 차익이 최고 10억원을 넘는 데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후 새 아파트 희소성이 커질 것이란 기대가 ‘청약 광풍’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시세 차익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청약 로또’를 잡기 위한 현금 부자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청약 경쟁률이 더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르엘대치 평균 경쟁률 212.1 대 1
11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르엘대치’(대치구마을 2지구 재건축)가 이날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12.1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31가구 모집에 청약통장 6575개가 들어왔다. 지난 8월 동작구 ‘이수푸르지오더프레티움’의 경쟁률(203.8 대 1)을 뛰어넘은 올해 최고 청약 경쟁률이다. 2016년 10월 잠원동 아크로리버뷰(306 대 1) 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전용면적 77㎡T 주택형의 인기가 가장 높았다. 1가구 모집에 461명이 청약을 신청했다. 4가구를 모집한 전용 77㎡B 주택형은 313.7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날 1순위 청약을 접수한 서초구 반포동 ‘르엘신반포센트럴’은 135가구 모집에 1만1084명이 청약을 신청해 평균 청약 경쟁률 82.1 대 1을 기록했다. 전용 59㎡가 최고 경쟁률(229.46 대 1)을 나타냈다. 13가구 모집에 2983명이 청약통장을 던졌다.
두 단지는 롯데건설이 프리미엄 브랜드 ‘르엘’을 처음 적용한 단지다. 르엘대치는 6개 동, 273가구 규모다. 이 가운데 31가구(전용 55~77㎡)를 일반분양했다. 서초구 반포우성을 재건축한 르엘신반포센트럴은 7개 동, 596가구 규모로 135가구(전용 59~84㎡)가 일반에 공급됐다.
당첨 후 시세 차익은 최고 10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르엘신반포센트럴 분양가는 3.3㎡당 평균 4891만원이다. 전용 84㎡가 15억~16억9000만원 선이다. 인근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가 지난달 34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차이다. 르엘대치 전용 59㎡ 분양가는 11억4000만~11억9000만원 선이다. 인근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59㎡는 7월 19억9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상한제 후폭풍 거세”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청약 광풍이 분양가 규제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데다 분양가 상한제 영향 등으로 서울 강남권에서 내년 하반기부터 신규 분양이 끊길 가능성이 높아지자 현금 부자들이 앞다퉈 청약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세차익이 자금이 넉넉한 ‘현금 부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이 나오지 않아 중도금대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돼서다. 분양가의 80%를 현금으로 마련해야 하는 만큼 최소 8억원 넘는 현금이 필요하다. 청약 과열로 가점까지 치솟으면서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은 더 멀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초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 당첨자 평균 가점은 69.5점에 달했다. 이는 15년 이상 무주택(32점)에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11년(13점)이면서 부양가족 4명(25점)이 있어야 얻을 수 있는 점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분양가가 낮아져도 서민들이 대출 없이 현금 수억원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며 “강남 청약시장이 ‘현금 부자만의 잔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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