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이 11일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를 맞아 벌인 세일 행사에서 한국 소비재 기업들이 특수를 누렸다. 대표 인기 제품인 K뷰티 뿐 아니라 K푸드와 K패션도 선전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 11일 하루 동안 온라인 매출 700만위안(약 12억원)을 거둬 광군제 역대 최고 매출을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광군제 당일 매출(500만위안) 대비 40% 급증한 수치다.
광군제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은 '신라면', '너구리', '안성탕면', '김치라면' 등 인기 제품 8종으로 구성된 '농심 라면 패키지'였다. 이와 함께 신라면 봉지면(5개입), 김치라면 봉지면(5개입) 등이 뒤를 이었다.
농심 관계자는 올해 광군제 성과에 대해 "사전 마케팅 활동이 주효했다"며 "알리바바 타오바오몰, 징동닷컴 등 중국 내 대표 온라인 채널에서 신라면을 비롯한 인기 브랜드의 판촉과 마케팅을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 말 국내 식품업계 중 처음으로 타오바오몰에 농심 공식몰을 연 농심의 현지 온라인 사업은 매년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2014년 21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중국 현지 온라인 매출은 올해 약 2200만 달러의 최고 매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K패션도 호조를 보였다. 이랜드는 지난 11일 알리바바 산하 티몰(天猫·톈마오)에서 2억9700만위안(약 49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전했다. 올해 매각된 브랜드 '티니위니' 매출을 제외하면 지난해보다 20% 성장한 수치라는 설명이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제품은 '포인포'의 다운 상품으로 28억원 규모의 총 5만장이 팔려나갔다. 이랜드의 맨투맨 후드티가 1만장 이상 팔렸고, 스파오의 해리포터 협업 상품도 4만장 판매됐다. 중국 인플루언서인 왕훙를 활용한 라이브방송 마케팅이 효험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올해 광군제에는 이랜드 중국사업부의 누적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으로 설계했다"며 "중국 사업 핵심 패션브랜드였던 티니위니를 매각했음에도 기존 브랜드의 성장세는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일본에 중국 화장품 수출 1위 자리를 뺐겼던 K뷰티도 광군제에서 호실적을 거둬 주목을 받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광군제에서 후·숨·오휘·빌리프·VDL 등 5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매출이 지난해 광군제와 비교해 187% 뛰었다고 전했다.
특히, 후는 광군제 매출이 지난해보다 208% 급증했다. 후는 11일 오전 0시부터 오전 1시 사이 1억위안(약 166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둬 '1억위안 클럽'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매출 순위도 작년보다 4단계 상승해 에스티로더·랑콤·SK-II에 이어 4위에 올라섰다.
LG생활건강과 함께 K뷰티의 양두산맥인 아모레퍼시픽그룹도 광군제 매출이 위안화 기준으로 전년 대비 62% 급증했다고 전했다. 대표 브랜드 설화수의 경우 예약 판매 지불 시작 3분 만에 1억 위안 매출을 돌파했다.
애경산업도 올해 광군절 판매고가 작년보다 371% 급증한 92억원을 기록했다. 닥터자르트의 경우 올해 광군제 매출이 전년보다 295% 급증한 177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 매출을 거뒀다.
한편, 알리바바의 광군제 '11·11(쌍십일) 쇼핑 축제' 판매액은 44조원을 돌파해 재차 신기록을 기록했다. 알리바바는 전날 0시부터 자정까지 열린 행사를 통해 타오바오(淘寶)·티몰·티몰 글로벌·알리 익스프레스·카오라 등 자사 플랫폼에서 총 2684억위안(약 44조6241억원)의 거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올해 판매액은 지난해 광군제 발생한 2135억위안보다 25.7% 증가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이었지만 증가율(전년 대비)이 두자릿수를 유지하며 최고치를 새로 썼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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