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허리' 40대 고용 21개월째 내리막…정부 "안타깝다"만 되풀이

입력 2019-11-13 17:26   수정 2019-11-1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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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전체 취업자는 1년 전보다 42만 명 늘어났다. 15세 이상 인구 중에서 취업자 비율을 나타내는 고용률은 61.7%로 2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지표는 호전되고 있지만 우리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30~40대 일자리는 20개월 이상 감소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수십 만 개의 노인 단기 일자리가 고용지표의 ‘착시’를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2750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1만9000명 증가했다. 3개월 연속 30만 명 이상 늘어났다. 지난달 고용률도 61.7%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올랐다.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62.1%) 후 같은 달 기준으로 23년 만의 최고치다.

연령별로 보면 만 60세 이상에서 41만7000명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반면 30~40대 취업자는 19만6000명 줄었다. 40대 고용률은 21개월째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보건복지서비스업(15만1000명)이 가장 많이 늘었다. 일자리가 가장 크게 감소한 업종은 제조업(-8만1000명)이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질 좋은 일자리가 급감하고 실업률에 집계되지 않는 ‘취업 포기자’가 40대를 중심으로 급증하는 등 실제 고용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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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고용률 61.7%…23년 만에 최고라지만
속으로 곪아가는 고용시장…구직활동 포기하는 40대 급증


“제조업과 도소매업의 고용 감소세가 이어져 40대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 것은 아주 아픈 부분이다.” (4월 30일, 문재인 대통령)

“제조업과 40대 고용 부진이 아쉽다.” (11월 1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근 고용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제조업과 40대 일자리 부진은 안타깝다”는 부연설명을 달았다.

정부가 고용정책을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내심 40대 고용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가장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나이임에도 40대 고용률은 2018년 2월부터 21개월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정부가 특히 곤혹스러워하는 대목은 ‘주력업종 양질의 일자리’를 의미하는 40대 제조업 일자리는 고용률이나 취업자 수처럼 재정을 쏟아붓는다고 생겨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 노동 분야 교수는 “30·40대 주력업종의 일자리를 늘리려면 정부가 경제정책을 전면적으로 전환해 고용 유연성 확보와 규제개혁을 병행하고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며 “정부가 이를 외면한 채 단기에 고용지표를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으로 ‘알바’를 양산하다 보니 겉은 화려하고 속은 곪아가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늘어나는 40대 ‘취포자’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1만9000명 늘어난 2750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경제 허리’인 30대와 40대 취업자는 각각 5만 명, 14만6000명 줄었다. 특히 40대는 인구 감소폭(8만 명)보다 취업자 수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고용률이 지난해 같은 달(79.1%)보다 0.6%포인트 줄어든 78.5%에 그쳤다.

40대 경제활동참가율은 지난해(81.0%)보다 0.9%포인트 하락한 80.1%를 기록했다. 한창 일하는 나이인 40대에서 경제활동참가율이 줄어든 건 이례적인 현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질 좋은 일자리 중 상당수를 중년 남성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이 고용시장 밖으로 빠르게 밀려나고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경기침체로 휴·폐업이 늘고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구직활동을 아예 포기한 40대가 크게 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직업이 없으면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40대 비경제활동인구는 159만2000명에서 165만 명으로 불어났다. 육아·가사·학업 등 특별한 이유 없이 일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가 가장 많이 늘었다. 40대 쉬었음 인구는 4만 명 늘어 40대 전체 비경제활동인구 증가폭(5만8000명)의 69.0%를 차지했다.

40대 일자리는 올 들어 보건·복지서비스업, 폐기물처리업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에서 감소하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충격으로 일자리가 6만1000개 급감한 도소매업을 제외하면 제조업·금융보험업 등 ‘질 좋은 일자리’ 감소가 두드러진다.

노인 취업자 26만 명 급증

노인 취업자 증가가 전체 취업자 증가폭을 크게 웃도는 현상은 올해 들어 계속되고 있다. 10월 전체 취업자 증가를 이끈 것도 60세 이상 노인(41만7000명)이었다. 이 중 65세 이상 취업자 수 증가폭이 25만8000명에 달했다. 세금으로 만든 단기 일자리가 대부분 노인에게 공급된 영향이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9만 명, 50대 취업자는 10만8000명 늘었다.

산업별로 봐도 올 들어 제조업 금융보험업 등 ‘질 좋은 민간 일자리’가 줄고 정부 재정이 투입된 보건·복지서비스업 등 업종이 증가하는 추세가 지속됐다. 제조업(-8만1000명) 도소매업(-6만7000명) 금융보험업(-5만4000명)에서 일자리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보건·복지서비스업 취업자는 15만1000명,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 수는 11만2000명 늘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한정된 고용 예산을 20대와 60대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계층에만 쏟아붓다 보니 주력 산업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30~40대는 마땅히 받아야 할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노인 일자리처럼 보편적 복지를 늘리기보다 직업교육을 통해 30~40대 실업자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등 ‘핀셋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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