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국내 인터넷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업계 현안을 공유하고 규제 혁파를 약속했다. 최 장관은 “네거티브 중심의 규제, 민간시장 자율 규제 등 다양한 형태의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며 “기업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겠다”고 강조했다.
최 장관, 네이버·카카오 등 CEO 만나
최 장관은 13일 서울 여의도동 켄싱턴호텔에서 ‘인터넷기업 민관소통 간담회’를 열었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개최한 정보기술(IT) 업계와의 간담회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김기웅 위쿡 대표,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 최병우 다날 대표가 참석했다.
CEO들은 “규제 때문에 발목이 잡히는 국내 기업이 너무도 많다”며 “정부가 규제 원칙을 정하고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맞출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공유경제 분야의 규제 장벽이 높다는 게 대표적이었다. 네이버, 위쿡, 다날 CEO들은 “새로운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자마자 규제가 생기니 정착할 겨를이 없다”며 “기업으로선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기존 서비스나 산업과 자유롭게 융화되는 공유경제 모델이 필요하다”며 “업계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CEO들은 데이터 관련 규제에 대한 어려움도 쏟아냈다. 최 장관은 “데이터 3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되도록 노력 중”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지장이 가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기업은 일벌백계해야 하겠지만, 규제 때문에 훌륭한 아이디어가 빛을 보지 못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발자 병특, 역차별 문제도 나와
업계 CEO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병역특례, 국내 기업 역차별 문제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성숙 대표는 “군대 문제 때문에 우수한 개발자를 보유하고 있어도 고민이 많다”며 “개발자 병역특례와 관련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훌륭한 인재가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건 중요하다”며 “국방부와 협의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답했다.
인스타그램·유튜브 등 해외 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에 대한 개인정보보호 기준이 높다보니 상대적으로 불리함을 느낀다는 의견도 나왔다. 여민수 공동대표는 “국내 기업으로서 지켜야 할 개인정보보호 기준이 해외 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다”며 “동등한 경쟁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들도 쏟아졌다. 이한주 대표는 “일단은 클라우드를 도입하고, 여건이 안 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을 제안하고 싶다”며 “정부가 우선적으로 이 전략을 도입하면 국내 클라우드 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장관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데이터 퍼스트’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여 공동대표는 “데이터 활용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풀되 해킹 방어 등에 소홀한 기업은 높은 수준의 페널티(불이익)를 줘야 한다”며 “다만 기준을 잘 지키는 기업은 데이터를 보다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혜택을 주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윤희은/김남영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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