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弗 보증서겠다, 한국기업 써달라" 무보의 통큰 베팅

입력 2019-11-13 17:20   수정 2019-11-14 01:23


13일 부산역 앞에 있는 아스티호텔 그랜드볼룸. 이곳에 마련된 대형 ‘면접장’ 앞에서 수십 명이 두툼한 서류 봉투를 들고 긴장된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면접 기업은 태국 최대 석유화학업체이자 국영기업인 PTT글로벌케미컬. 지난해 매출 161억달러를 기록한 회사다. 이곳에 파이프, 밸브, 페인트 등 기자재를 납품할 수 있는 ‘벤더(vendor)’ 자격을 따내려는 국내 중소·중견기업 130여 곳, 220여 명의 구매담당자가 몰렸다.

한국무역보험공사가 판을 깔아준 ‘2019 벤더 페어’엔 PTT와 협력하고 있는 미국 최대 건설회사 벡텔, 대림산업, 삼성엔지니어링 등도 참여했다. 일정 자격을 충족하는 새 협력업체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중소업체가 기술력을 갖고 있어도 PTT와 같은 대형 발주처와 신규 계약을 맺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구매담당자를 만날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 발주처에선 굳이 새 벤더를 찾을 이유가 크지 않아서다.

국제 금융시장의 ‘큰손’인 무보는 지난 9월 PTT에 10억달러의 중·장기 무역금융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한국산 기자재 사용을 요구했다. 무보의 안정적인 금융 지원이 필요했던 PTT가 이번에 16명의 구매 사절단을 부산에 보낸 배경이다. 콩크라판 인타라장 PTT글로벌케미컬 최고경영자(CEO)는 “수년간 170억달러 이상 투자할 계획”이라며 “이번에 한국 기업들과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PTT는 연간 1126만t의 석유화학 및 28만t의 정유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인호 무보 사장은 “미·중 통상분쟁 등으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며 “수출 계약을 한 건이라도 더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무보가 벤더 페어를 열기 시작한 건 작년 1월부터다. PTT와 같은 대형 발주처를 초청해 매년 두 차례씩 하고 있다. 이번이 4회째다. 지난 세 번의 벤더 페어에선 오만과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발주처 3곳과 대형 건설사 12곳이 참여했다. 국내 중소·중견업체 34곳이 신규 벤더로 등록됐고, 총 20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따냈다는 게 무보의 설명이다.

이번 벤더 페어는 지방에서 열린 첫 행사다. 부산이 조선·플랜트 기자재업체가 밀집한 곳인 데다 이달 말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린다는 점을 감안했다. 무보 관계자는 “참여 중소기업 중 절반 이상은 비수도권 업체”라며 “내년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중동이나 아프리카 발주처를 물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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