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SK이노 증거인멸 시도…ITC에 제재 요청"

입력 2019-11-14 14:08   수정 2019-11-1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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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진행 중인 SK이노베이션에 대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고강도 제재를 요청했다.

13일(현지시간) ITC 홈페이지에는 LG화학이 제출한 67장 분량의 요청서가 공개됐다. 지난 4월 29일 LG화학이 ITC에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로 다음날 SK이노베이션이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나섰다는 내용이다.

LG화학은 ITC에 △SK이노베이션의 ‘패소 판결’을 조기에 내려주거나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영업비밀을 탈취해 연구개발, 생산, 테스트, 수주, 마케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용했다는 사실 등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기 패소 판결 요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ITC는 예비결정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피고에게 패소 판결을 내린다. 이후 ITC 위원회에서 최종결정을 내리면 관련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앞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전직자들을 통해 배터리 핵심 공정과 스펙 등에 관련한 영업비밀을 지속적으로 탈취했다며 ITC에 소송을 제기했다. ITC는 소송을 당했거나 소송을 당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경우 기업에 증거 자료를 적극 보호하는 증거보존 의무를 부과한다. 소송 당사자가 증거 자료를 성실히 제출하지 않거나 고의적으로 누락시키는 경우에는 강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LG화학은 요청서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ITC의 증거보존 의무에 반해 관련 직원들에게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이 공개한 증거자료에는 SK이노베이션이 사내 75개 관련조직에 삭제지시서와 함께 특정 파일과 메일을 목록화한 엑셀시트 75개를 첨부하며 해당 문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하는 메일도 포함됐다.

LG화학은 해당 엑셀시트에 LG화학 관련 3만4000개에 달하는 파일과 메일 목록이 삭제를 위해 정리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일부 엑셀시트는 삭제돼 휴지통에서 발견됐고,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에 근거해 ITC에 포렌식을 요청했다.

ITC는 지난달 “980개 문서에서 LG화학 소유의 정보가 발견될 구체적인 증거가 존재한다”며 “LG화학 및 소송과 관련이 있는 모든 정보를 찾아서 복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LG화학은 "포렌식을 진행할 때 LG화학 전문가도 참여하라는 것이 ITC의 명령이었지만,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전문가를 의도적으로 배제했고 ITC나 LG화학 모르게 추가적인 자체 포렌식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제출한 요청서와 관련해 내부 입장을 정리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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