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납치 피해자인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부모의 면담 신청을 거절했다.
이번 만남을 추진한 6·25 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는 14일 이런 내용이 담긴 국가안보실의 답신 서한을 공개했다.
웜비어 부모는 오는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리는 '북한의 납치 및 억류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위한 국제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할 예정이다.
청와대 안보실은 협의회에 보낸 답신에서 "대통령과 면담을 희망하고 계신 마음은 저희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국정운영 일정상 면담이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뜻을 잘 받아들여 정책에 참고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확대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북한을 의식해 웜비어 부모와의 만남을 피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협의회의 요청은 문 대통령이 국제결의대회 현장에 직접 와서 웜비어 부모를 비롯한 피해자 가족들을 면담해 달라는 것이었다"며 "청와대 내에서의 면담도 아니고, 결의대회 현장에 방문해달라는 협의회의 요청은 일정상 응하기 어려워 양해를 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는 2016년 1월 관광을 위해 찾은 북한에서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17개월간 억류됐다. 2017년 6월 미국에 송환됐지만, 입원 치료 엿새 만에 숨졌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윔비어 부모 면담 신청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부산변호사회 인권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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