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14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공정 합의 결의안’을 발의하는 등 미국 측에 동맹으로서의 공평한 협상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상황을 점검했다. 한·미 동맹 이상기류설 차단과 지소미아 해법 마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한·미 군 수뇌부 “동맹 이상무”
양국 정부 주요 인사와 군 수뇌부는 이날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힐튼호텔에 모였다.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와 제44차 한미군사위원회(MCM) 개최를 축하하고, 한·미 연합 장병을 격려하기 위한 동맹 만찬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국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 박한기 합참의장, 서욱 육군참모총장,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원인철 공군참모총장, 이승도 해병대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마크 밀리 합참의장, 필립 데이비슨 인도태평양사령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등이 자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축전을 보내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은 지금 공고해지고 있으며 더욱 위대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 총리는 축사에서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을 잿더미에서 일으켜 세우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며 “한·미동맹은 앞으로 더욱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의 몇 가지 현안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강조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및 지소미아 종료 문제와 관련한 미국 측 압박이 과도하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국이 호구냐” 여당은 반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선 여당 내 반발이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은 올해 타결을 목표로 진행 중인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 측에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의 방위비 부담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분담금(1조389억원) 대비 6배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이런 무리한 요구에 여권 내에선 “한국을 호구로 아느냐”는 날 선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이날 발의한 결의안에는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인도·태평양 안보 전략에 기반을 둔 해외 주둔 미군 경비를 사업비로 요구하고 있다”며 “기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 취지에도 맞지 않으며, 한·미동맹의 상호 호혜 원칙을 훼손하는 요구”라고 명시했다.
커지는 청와대 고민
오는 23일 0시로 예정된 지소미아 종료를 1주일여 앞두고 청와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 이후 미국의 불만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청와대는 지소미아 연장의 전제 조건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내세우고 있다.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정례 NSC 상임위에서도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이 같은 원칙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여권 관계자는 “미국 측이 지소미아 연장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가 현실적으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할 명분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밀리 합참의장을 접견한다. 문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미국에 중재 역할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호/김형호 기자 dolp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