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담보로 특례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의 ‘성공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9월 성장성모델특례 제3호로 상장한 올리패스와 이달 11일 제4호로 상장한 라파스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는 가운데, 14일 적자기업 상장특례(이른바 ‘테슬라 요건 상장’) 제2호로 코스닥에 입성한 제테마가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 아래로 급락했다.
이들 특례상장 종목의 주가가 앞으로 상당기간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면 공모주 투자자들이 풋백옵션을 행사해 주관사에 되팔 수 있게 돼 해당 증권사들은 상당한 손해를 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성공 공식’ 깨진 주관사 추천 상장
올여름까지만 해도 테슬라 요건 상장과 성장성모델특례 상장은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성공 공식’으로 통했다.
테슬라 요건 상장 제1호인 카페24는 지난해 2월 공모가 5만7000원으로 코스닥에 입성해 같은 해 7월 20만4600원까지 급등했다.
성장성모델특례 제1호 셀리버리는 지난해 11월 공모가 2만5000원으로 상장해 올해 3월 8만2000원까지 상승했다. 그러자 바이오업계에선 한때 “셀리버리의 기업공개(IPO)를 주관한 DB금융투자를 주관사로 ‘모시기’ 위한 경쟁이 벌어졌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9월 20일 올리패스가 상장하면서 이런 성공 공식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올리패스는 상장 첫날만 해도 장중 한때 공모가(2만원) 대비 60% 상승한 3만2000원까지 올랐지만 ‘반짝 상승’에 그쳤다. 이후 주가가 계속 약세를 보이며 10월 7일 1만7600원까지 주저앉았다. 이후 소폭 반등하며 이날 1만9750원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공모가보다 낮은 상태다.
지난 11일 상장한 라파스 주가 흐름은 올리패스보다 더 부정적이다. 공모가 2만원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라파스는 이날 1만6100원까지 떨어졌다. 공모가보다 약 20% 하락한 것이다.
이날 상장한 제테마도 매매가 시작되기 무섭게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시가 2만100원에서 출발해 1만73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공모가는 2만1000원이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요예측 경쟁률이 12.4 대 1로 낮아 공모가를 희망 공모가 대비 40% 이상 낮춘 상태인데도 시장 반응이 안 좋아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IPO 주관사들이 적자 기업에 대한 미래 가치평가를 너무 관대하게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풋백옵션도 행사될까
특례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공모주 투자자들이 풋백옵션을 행사하는 사례까지 나올지 IB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 청약에 참여한 공모주 투자자는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한 기업은 3개월 후 주가가, 성장성모델특례로 상장한 기업은 6개월 뒤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 경우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주관사에 환매를 요구할 수 있다.
한 기관투자가는 “장이 좋을 때는 적자 기업에도 투자가 몰리지만 지금처럼 장이 좋지 못하거나 변동성이 클 때는 시장에서 보는 기업가치가 낮아진다”며 “성장성특례기업 및 테슬라 요건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상당 기간 나쁜 흐름을 보여 풋백옵션 행사 사례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