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카센타’에서 시골 카센터 사장 재구를 연기한 배우 박용우(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카센타’는 펑크 난 차를 수리해 돈을 벌려고 카센터 사장 부부가 도로에 못을 박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한국형 생계범죄 블랙코미디다. 지난달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극 중 재구는 펑크 차량이 늘어날수록 많은 돈을 벌게 되자 욕망과 양심 앞에서 갈등하는 캐릭터다. 박용우는 재구 역으로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재구는 손톱 밑에 기름때가 낀 채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후줄근한 이미지다. 평소 깔끔한 이미지의 그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박용우는 “재구의 그런 면이 섹시하게 다가왔다”며 “배우는 맡은 역할에 가장 잘 어울렸을 때 섹시한 것 같다. 코믹하면서도 거친 모습이 내게 있다는 게 만족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연기로 돋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그런 작품을 대하고 나면 스스로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자연스럽지 않고) 말 그대로 ‘연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는 자유롭게 하되 최대한 절제하려 노력했습니다. 재구를 포함한 모든 인물들의 모습이 부각돼야 했거든요.”
아내 순영 역을 맡은 배우 조은지와는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 이후 13년 만에 호흡을 맞췄다. 박용우는 “(조은지를) 처음 본 건 임상수 감독의 ‘눈물’(2001)에서였다”며 “당시 오디션 영상을 봤는데 인상이 강렬했다. 그 친구의 대사를 잊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때 그 친구의 슬픔을 봤어요. 울거나 슬픈 이야기를 한 게 아니었는데도 말이죠. 그때부터 배우 조은지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가 있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표정 하나에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그의 연기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습니다.”
1995년 MBC 2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박용우는 영화 ‘쉬리’ ‘아이들…’ ‘순정’, 드라마 ‘제중원’ ‘프리스트’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파 배우로 자리 잡았다. 오는 23일 방송되는 tvN 단막극 ‘드라마 스테이지 2020-오우거’에서는 사라진 동생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한수 역을 맡았다. 윤계상·임지연과 함께 출연한 영화 ‘유체이탈자’도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데뷔한 지 20년이 훌쩍 넘어서야 비로소 배우로서의 시작이라고 느낍니다. 음악으로 치면 이제 즉흥 연주를 시작할 수 있는 단계랄까요. 예전에는 스트레스로 여겼던 상황들조차 즐길 수 있게 됐거든요. 앞으로 보여드릴 저의 모습이 저도 기대됩니다.”
태유나 한경텐아시아 기자 you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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