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교량과 도로 등의 균열을 손쉽게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센서를 개발했다.
표준연 안전측정센터 권일범 책임연구원팀은 대형 구조물에서 변형이 집중되는 위치를 찾아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광섬유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오래된 교량은 안전하지 않다. 차량, 시설 등이 지속적으로 하중을 가하는 탓이다. 이에 대항하는 응력이 생겨 교량 모습이 변형되거나 균열이 생긴다. 과적 화물차의 통행이 많은 교량일수록 손상 정도가 크다. 문제를 초기에 감지하지 못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수시로 교량을 정밀 진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진단을 위한 비용이 만만찮아서다. 대부분 기관에서 주기적으로 육안 검사만 시행하는 배경이다.
교량 등에 광섬유 센서를 부착해 변형 발생 지점을 추적하는 기술은 이미 존재한다. 예를 들면 500m짜리 교량 A, B, C 세 곳에 광섬유 센서가 있다고 하자. 이들 센서는 평소 고유의 주파수를 주고받는다. 만약 균열이나 부식이 생기면 이 주파수에 변형이 생겨 이상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실험실에서는 잘 작동하는 기술이지만 현장 배치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복잡한 주파수 조작 및 제어가 필요하고, 많게는 수십㎞의 광섬유를 사용해야 해 부피가 커져 온도 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광섬유 온도가 변하면 굴절률이 변해 전혀 엉뚱한 곳을 변형 지점으로 지목할 수도 있다.
권일범 연구원팀은 주파수 조작이 아니라 ‘위상변조 시간차 선택’ 방식을 적용한 새로운 스마트 광섬유 센서를 개발했다. 이 센서는 광섬유 양쪽 끝단에서 각각 들어오는 빛(펌핑광·탐촉광)의 위상을 바꿔 시간차를 측정한다. 주파수가 아니라 시간차를 측정하기 때문에 많은 광섬유가 필요 없고, 온도에 따른 변형 우려도 적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특히 5㎝마다 균열을 감지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됐다.
연구팀은 교량 모형의 강철 구조물 등에 이 기술을 적용해 효과를 확인했다. 권 연구원은 “교량, 댐, 터널, 발전소 등 사회 인프라부터 철도, 항공기, 우주발사체까지 다양한 구조물의 안전도 측정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국제학술지 ‘레이저피직스’에 실렸으며 국내외에 특허가 출원됐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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