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 못 넓히는 '黃의 리더십'…한국당 안팎서 '설왕설래'

입력 2019-11-15 17:40   수정 2019-11-16 01:14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리더십에 대한 당내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이지만 “이대로는 필패(必敗)한다”는 기류가 뚜렷하다. ‘보수 통합’이 뚜렷한 방향성 없이 표류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불안 요인이다. ‘조국 사태’ 이후 반등했던 당 지지율도 ‘박찬주 영입’ 논란 등을 거치며 원위치했다. 한국당 인사들은 황 대표 리더십을 끌어올리고 당 결속력을 높이기 위한 극복 과제로 ‘박근혜 탄핵 문제’ ‘깜깜이 의사결정’ ‘정치적 확장성 한계’를 꼽는다.

탄핵 문제에 10개월째 묵묵부답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는 지금 풀 사안이 아니다. 앞으로 나아가기도 힘든데 그 매듭을 풀려고 주저앉으면 되겠나.” 황 대표가 지난 2월 27일 취임 직후 한 말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는 당내 친박(친박근혜)·비박계 간 해묵은 계파 싸움과 맞물려 있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황 대표는 그로부터 260일이 지나도록 탄핵 문제를 어떻게 정리하고 극복할 것인지 명확히 밝힌 적이 없다. 그는 지난 ‘2·27 전당대회’ 토론회에서 탄핵에 대해 찬성(O)도, 반대(×)도 아닌 어중간(△)한 의견을 내놔 ‘황세모’란 별명까지 얻었다. 지난 6일 보수 대통합 기자회견에서도 “우리가 추진하는 통합은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미래로 향하는 것이어야 한다”고만 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황 대표가 계파 갈등과 총선 전 당이 분열되는 것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탄핵 문제를 ‘침묵’으로 넘어가려는 것 아닌가 싶다”며 “당대표가 아무 말이 없으니 당내 누구도 ‘이제 탄핵에 대해 매듭을 짓자’고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핵을 용인하면 우리공화당과의 통합이 요원해지고, 부인하면 바른미래당 바른정당계와 합치는 게 어려워진다는 것도 고민을 더하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탄핵 문제를 이대로 묻어두다가는 내년 총선 직전 더 큰 분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탄핵 문제가 정리돼야 보수 통합은 물론 총선 공천도 이뤄질 수 있다”며 “중도층이 ‘박근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고 그쪽으로 방침을 정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당내 쓴소리 외면’도 문제

당 구성원들과의 소통 부재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달 29일 박찬주 예비역 육군 대장을 ‘1호 영입 인재’라고 언론에 소개했다가 당내 반발로 하루 만에 영입이 보류된 게 대표적 사례다. 황 대표는 박 전 대장 영입에 대해 당 최고위원들과도 별다른 상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황 대표가 치열한 토론 과정 없이 일부 측근 말만 듣고 1차 인재 명단을 만들어 ‘박찬주 역풍’을 자초했다는 말이 나왔다.

당 인적 쇄신과 관련해 원활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황 대표의 ‘깜깜이 의사결정’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당 신(新)정치특별위원회가 인적 쇄신 방안을 보고했지만, 황 대표는 아직도 최종 발표를 미루고 있다. PK(부산·경남) 지역 한 의원은 “어떤 원칙을 갖고 쇄신할 건지, 시기는 언제가 될지에 대한 당대표 생각을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뚜렷한 소신 없이 ‘오락가락 행보’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대표는 지난달 24일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충돌’ 사태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고 했다가 ‘현역 기득권 챙겨 주기’란 반발에 직면하자 “생각해본 적 없다”며 방침을 바꿨다.

중도층 흡수를 위한 외연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넘어야 할 숙제다. 황 대표는 당 지도부 상당수를 영남권 의원으로 기용하는 등 지역적 ‘텃밭’인 영남권 중심의 당 운영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헌형/고은이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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