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8월 기준 ‘쉬었음’ 인구는 217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만9000명 늘었다. ‘쉬었음’ 인구란 일할 능력은 있지만 원하는 일자리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일하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취업 연령대이면서 직업훈련도 받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 청년 무직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쉬었음’ 인구는 일반적으로 고령층에 많이 분포한다. 몸이 좋지 않아 일을 쉬는 사람이 많아서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쉬었음’ 인구는 활발히 경제활동을 해야 할 청년층에서 주로 늘었다.
고용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이 통계는 한 가지 의문을 남긴다. “지난 8월 고용률이 같은 달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정부 발표와 상반되는 결과라서다. ‘일하지 않는 사람이 늘었는데도 고용률이 올랐다’는 뜻인데,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얼핏 모순돼 보이는 이런 현상은 고용 통계 관련 용어들의 정의를 알아야 정확히 해석할 수 있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 중 일할 의사가 있고 직장을 구한 취업자의 비율을 뜻한다. 하지만 일할 의욕조차 잃어버린 사람은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통계상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취업난에 일자리를 구하는 것조차 포기한 사람들이 급증하면 고용률이 오르면서도 ‘쉬었음’ 인구가 급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한국의 고용시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고용률과 실업률 등 관련 개념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등을 4, 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성수영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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