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CJ "R&D엔 전폭 투자"

입력 2019-11-17 17:12   수정 2019-11-18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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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은 사실상 비상경영을 하고 있다. 지주사인 CJ주식회사의 인력을 절반으로 줄여 계열사로 보내는 인사를 앞두고 있다. 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에서 벗어나기 위한 비용절감도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비상경영에서 예외인 곳이 있다. 이재현 CJ 회장이 유일하게 ‘전폭적인 투자’를 약속한 CJ제일제당 연구개발(R&D)센터 ‘CJ블로썸파크’다. 경기 광교에 있는 이곳에서 CJ제일제당의 히트작품 ‘햇반’ ‘비비고 만두’ 등이 나왔다.

이 회장에게 블로썸파크는 특별한 곳이다. 식품·제약·바이오 등 각지에 흩어져 있던 CJ 내 연구소들을 통합해 국내 최고 R&D센터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현실로 만든 곳이기 때문이다. 그는 2013년 7월 구속 기소된 뒤 4년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2017년 5월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는 참석했다.

이 회장은 복귀 후 블로썸파크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했다. 작년에만 이곳에 1400억원을 쏟아부었다. 올해 5월에는 쓰 코테탄 네슬레 싱가포르 R&D센터장을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장으로 영입했다. 이 회장은 얼마 전 사내방송을 통해 “음식은 단순히 먹는 것 이상의 가치”라며 “이를 실현하려면 R&D가 중요한 만큼 기술혁신을 통해 (식품을) 첨단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블로썸파크 연구원들에게는 “세계적인 온리 원(only one) 기술을 가장 많이 확보한 연구소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CJ는 지난 15일 블로썸파크에 기자들을 초청해 연 ‘비비고 죽 알앤디 토크(R&D TALK)’ 행사에서도 온리 원 기술을 강조했다. 정효영 식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CJ는 자체 쌀 도정시설, 죽 점도를 수치화해 나타낼 수 있는 기기, 죽에 맞는 식감을 찾기 위한 쌀알 스캐닝 등 ‘국내 유일 시설’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국내 즉석죽 시장의 수준을 크게 끌어올린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출시 1년 된 비비고죽은 누적 2000만 개가 팔렸다. 매출은 500억원에 달했다. 일회용 용기에 담던 즉석죽을 파우치 형태로 바꾼 것, 씹는 식감을 강조한 것 등이 블로썸파크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CJ는 현재 즉석죽 시장 1위인 동원을 추격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동원은 올해 1~9월 44%, CJ는 33%, 오뚜기는 12%를 차지했다.

수원=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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