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계 순이익은 지난해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 저축은행 줄도산 사태로 거센 구조조정을 겪은 뒤 부활에 성공했다. 적극적인 유상증자를 발판으로 공격적인 대출에 나서면서 2016년엔 자산 성장률이 20%에 육박했다. 지난해에도 16%를 기록했다.
저축은행업계의 자산 성장은 가계와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가계성 대출이 견인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15년 말 저축은행의 가계성 대출은 20조5000억원 정도로, 전체 대출의 58.5% 수준이었다. 올 상반기 말에는 가계성 대출이 38조2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4.5%로 높아졌다.
하지만 올 들어 저축은행업계의 자산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 자산 성장률은 전년 말 대비 1.8%에 그쳤다. 부동산 담보 대출과 기업 대출이 위축된 결과다. 부동산 담보 대출과 기업 대출을 주력으로 하는 키움예스 등 일부 저축은행은 올 상반기 자산이 마이너스 성장했다.
부동산 경기 악화와 시장금리 하락 탓이 컸다. 국내 주택 공급 시장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재작년부터 위축되고 있어 담보 대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기업 대출도 부동산 담보 대출이 많아 부동산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가계성 대출 중에서도 저축은행들에 새로운 먹거리가 돼 온 중금리 대출이 심상치 않다. 부실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금리 대출은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중저 신용자를 대상으로 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초 중금리 대출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금융당국의 대책 발표 이후 은행계, 비은행 금융계, 대부계 저축은행들이 일제히 중금리 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낮은 금리에 높은 한도를 제공하는 형태의 중금리 대출 영업을 해오던 일부 외국계 저축은행과 경쟁하기 시작했다. 이 결과 2016년 4816억원 수준이던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은 지난해 말 1조7974억원까지 급증했다. 금융권 전체 민간 중금리 대출 공급 규모의 43.2%에 달했다.
하지만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중금리 대출 리스크(위험)에 주목하고 있다. 중저 신용자는 다중채무자 비중이 커 내수 부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에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경기 하강이 지속되면 이들 대출이 연쇄 부실화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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