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규제…은행 넘어 증권株 '된서리'

입력 2019-11-17 17:56   수정 2019-11-18 02:45

정부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 사모펀드의 은행 판매를 금지하면서 은행주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이자수익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활을 걸었던 비이자수익 확대에 급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증권주가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높지 않다. 오히려 사모펀드 위축에 따른 각종 기회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은행 비이자수익 직격탄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9개 은행주로 구성된 KRX은행지수는 지난 7월 이후 6.8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52% 상승했다.

은행주가 하락한 이유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주된 수입원인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차이)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3월 1.63%에서 올 9월 1.45%까지 하락했다.

7월 불거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도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저금리로 이자수익 확대가 어렵게 되자 DLF 등 사모형 신탁상품 판매를 통해 비이자수익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은행의 비이자수익 규모는 2016년 5조1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5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3분기까지 5조원을 거둬 더 가파른 성장세를 탔다. 하지만 DLF 사태로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지며 제동이 걸리면서 비이자수익 기대는 엷어졌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등 고위험 상품의 은행 판매 금지령을 내리면서 은행 비이자수익이 급격히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등과 연계한 파생결합상품을 팔아 거둬들인 판매수수료는 2조원에 육박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4대 은행 순이익 중 신탁수수료 비중이 약 8%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규제는 수수료 등 비이자수익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도 사모펀드 위축 ‘유탄’

은행권에서 사모펀드 등 고위험 상품 판매가 어려워지면서 증권사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기존 사모펀드 고객들이 은행에서 이탈해 증권사로 넘어올 경우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모펀드 시장 자체가 위축되면 증권사의 펀드 판매 실적도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게다가 사모펀드 관련 수수료가 급감할 것으로 전망돼 이번 규제가 증권주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 설계와 운용 등 활동이 줄어들 경우 증권사 관련 부서가 거둬들이는 수익이 감소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는 판매사인 은행이 판매액의 1%를, DLS 발행사인 증권사가 0.39%를 가져가는 구조로 짜여 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판매 경쟁력을 지닌 은행 채널에서 고위험 상품 취급이 줄어들 경우 증권사의 관련 상품 발행·운용 실적 등도 덩달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 대형 증권사에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를 대상으로 대출과 증권 대여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부서는 최근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지 사태 등으로 수탁액이 줄어드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서 연구원은 “라임운용 사태 역시 현재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를 감안하면 근본적인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사모펀드와 파생상품 등에서 이탈한 시중 자금의 상당 부분은 다른 금융투자상품 대신 부동산 등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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