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찬 레저스포츠산업부 기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러셀 헨리(30·미국)의 ‘자신 신고’가 온라인 세상을 조용히 달구고 있다. ‘돈’대신 ‘양심’을 택한 결단에 대한 경의 표시는 예상가능한 일. 그러나 그를 그런 상황으로 몰아넣은 그 골프공이 왜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이차적으로 골퍼 커뮤니티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마야코바클래식 2라운드 4개 홀에서 다른 모델의 공을 썼다고 ‘자수’한 게 시발점이다. 한 경기에서 동일 브랜드, 동일 모델 공을 써야 한다는 이른바 ‘원 볼(one ball)’ 규정 위반이었다.
그는 한꺼번에 8타를 잃었다. 우승 경쟁까지 가능했던 스코어가 커트 탈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1오버파로 내려왔고 그는 짐을 쌌다. 본인이 신고하지 않았으면 아무도 알수가 없었던 상황. 돈 대신 양심을 택한 헨리의 선택에 사람들은 경의를 표했다. 비난도 있었다. 프로 9년 차 선수가 범해선 안 될 미숙한 실수였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너무도 미세한 차이라 다른 공이라고 알아채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동정론도 만만치 않다.
얼마나 ‘미세한’ 차이였길래 PGA투어 3승의 헨리조차 인지하지 못했을까. 그러면서도 ‘다른 공을 쓴 것이니 규정 위반’이라고 신고해야 했을까. 미국 언론에 따르면 그가 실수로 사용한 공은 타이틀리스트사의 ‘Pro V1x’였다.
그러나 약간 달랐다. 헨리와 경기위원의 설명을 토대로 추측하면 헨리를 헷갈리게 한 공은 Pro V1x ‘레프트 대시(Left Dash)’모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PGA투어 경기위원은 “(공의 모델이) 미세한 차이여서 쉽게 지나칠 수 있었다”며 “(두 공의 차이는) 앞에 붙은 작은 대시 기호(-)가 전부”였다고 헨리를 옹호했다.
헨리는 “공 모델명 옆에 작은 대시 기호가 있길래 ‘내 공이 전부 이렇게 생겼던가’ 생각만하고 그냥 지나쳤다”고 했다.그러다 2라운드가 끝나고 공에 사인을 해 나눠주다가 다른 점을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레프트 대쉬는 이름 그대로 모델명 왼켠에 작은 ‘작대기’가 그려져 있다.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레프트 대시는 타이틀리스트가 후원 선수 등 극소수에게만 제공하는 주문 제작 공이다. 지난달 처음 출시했다. PGA투어 경기위원도 정확히 어떤 모델인지 알지 못할 정도로 생소하다. 출시 당시 타이틀리스트는 “대다수의 골퍼들은 아마도 평생 (레프트 대시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레프트 대시’는 어떻게 주문하느냐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높은 발사각과 적은 스핀량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높은 발사각과 많은 스핀량으로 유명한 Pro V1x와 성능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낮은 발사각과 적은 스핀량으로 알려진 타이틀리스트의 ‘AVX’ 모델의 중간쯤 있는 모델로 해석된다. 같은 브랜드,모델이지만 다른 종류라는 얘기다.
헨리는 경기 후 현 규정이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골프위크와 인터뷰에서 “(4개 홀 위반일 경우) 최대 4벌타면 된다고 본다”며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골프 규칙은 최대 4벌타까지만 주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이 벌타 제한 규정을 없앴다. (끝) /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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