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의 '소확행' 아직 무선 이어폰 없니?

입력 2019-11-25 16:04   수정 2019-11-25 18:03


콩나물, 담배, 샤워기, 전동칫솔, 보청기…. 2016년 말 애플의 무선 이어폰 ‘에어팟’이 나왔을 때 붙었던 별명이다. 가격도 비쌌다. 22만원에 육박했다. 이번에는 애플이라도 안 될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예상은 빗나갔다. 2년여 만에 무선 이어폰은 이어폰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최근 LG전자도 뛰어들었다. ‘노이즈 캔슬링(소음 차단)’ 등 차별화 기능을 적용한 제품도 나오고 있다. 샤오미, QCY 등 중국 업체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대세 된 무선 이어폰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무선 이어폰 판매량은 3300만 대로 전 분기 대비 22% 성장했다. 무선 이어폰 시장은 2021년 270억달러(약 33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이 급성장하자 기업들은 앞다퉈 무선 이어폰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애플은 지난 13일 새 무선 이어폰 ‘에어팟 프로’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지난 4월 에어팟 2세대를 내놓은 데 이어 올해에만 신제품 2종을 선보였다. 에어팟 프로는 오픈형인 이전 모델과 달리 귓구멍에 밀착시키는 ‘인이어’ 디자인이다. 에어팟 제품 가운데 처음으로 노이즈 캔슬링 기능도 적용했다.

LG전자는 지난달 첫 무선 이어폰 ‘톤플러스 프리’를 출시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LG전자는 목에 거는 넥밴드형 이어폰 선두업체다. 최근 무선 이어폰 시장이 급성장하고, 넥밴드 시장이 침체되자 무선 이어폰 신제품을 내놨다.

톤플러스 프리는 영국 유명 오디오 업체 메리디안과 손잡고 음향을 강화했다. 풍부한 저음과 깨끗한 중·고음 등 입체감 있는 음향을 들을 수 있다고 LG전자는 설명했다. 자외선을 이용해 세균을 억제하는 ‘UV나노’ 등 차별화 기능도 갖췄다.

삼성전자는 올초 ‘갤럭시 버즈’를 내놨다. 기존 무선 이어폰 브랜드 ‘기어 아이콘X’ 시리즈의 후속작으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소음차단’ ‘AI’…특화 기능도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차별화 기능을 적용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소음을 차단하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다. 최근 애플이 에어팟 프로에 이 기능을 적용하면서 대중적인 관심이 높아졌다. 노이즈 캔슬링은 내장 마이크로 소음을 감지해 반대파를 쏘는 방식으로 소음을 상쇄하는 기술이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무선 이어폰에 가장 먼저 접목한 건 소니다. 2017년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적용한 첫 무선 이어폰을 내놨다. 지난 7월에는 보다 개선된 후속 제품인 ‘WF-1000XM3’를 선보였다.

해외에선 아마존이 지난 9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넣은 무선 이어폰을 내놨다. 음향 브랜드 보스와 손잡고 선보인 ‘에코버즈’다. 자체 인공지능(AI) 플랫폼 알렉사를 탑재해 음성으로 음악 재생, 볼륨 조절 등을 할 수 있다.

최근 대부분 무선 이어폰엔 AI 기능이 적용돼있다. 에코버즈뿐 아니라 에어팟, 갤럭시 버즈 등에서도 시리, 빅스비 등 자체 AI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다. AI 기술에 강점이 있는 기업들이 직접 무선 이어폰 시장에 진출하기도 한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이 대표적이다.

구글은 최근 무선 이어폰 ‘픽셀 버즈2’를 공개했다. 자체 AI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이용해 음성 명령으로 조작할 수 있다. MS도 최근 무선 이어폰 ‘서피스 이어버즈’를 발표했다. MS 오피스와 연결해 60개 이상의 언어를 통역한다.

○‘가성비’ 중국 제품의 매서운 추격

샤오미, QCY 등 중국 업체들은 싼 가격을 무기로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샤오미는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9%로 확대하며 삼성전자를 제치고 2위에 올라섰다.

샤오미는 지난 4월 ‘레드미 에어닷’을 선보였다. 국내 시장에선 지난달 공식 출시했다. 2만원 안팎의 저가형으로 기존 에어닷의 후속 제품이다. QCY 역시 1만~2만원대 저가 제품을 내놓고 있다. 통화 품질은 고가형 제품보다는 떨어진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 무선 이어폰 시장 성장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고가 제품으로 여겨졌던 무선 이어폰 가격을 확 낮췄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무선 이어폰 구매자가 다시 유선 이어폰으로 넘어가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저가 제품을 구매한 뒤 통화 품질에 불만을 느껴 결국 고가 제품을 구매하는 이용자가 많다”고 말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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