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성장·저물가' 디플레이션 막을 종합처방 시급하다

입력 2019-11-19 18:02   수정 2019-11-20 00:10

“중앙은행은 저성장·저물가 환경에서의 통화정책 운용 등 새로운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엊그제 ‘한은 중장기 비전과 전략’ 수립을 위한 집행간부회의에서 한 말이다. 이 총재가 ‘저성장·저물가 환경’을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국면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기저효과 등 공급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부인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국내외 경제전문기관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데다 지난 8, 9월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민간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재가 ‘저성장·저물가 환경’을 언급한 만큼 향후 통화정책의 변화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감한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데다, 조동철 한은 금융통화위원이 한 심포지엄에서 ‘제로 금리’ 수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한 바 있어 더욱 그렇다.

정부 여당은 내심 재정 확대에 금리 인하를 더하면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저성장·저물가로 대표되는 디플레이션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재정과 금리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재정을 확대해도 과거와 달리 승수효과가 크게 떨어져 경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금리 인하 역시 마찬가지다. 비(非)기축통화국인 한국으로서는 자본 유출 등의 부작용을 고려해야 하는 데다, 지금처럼 기업의 투자 의욕이 바닥인 상태에서는 자금이 실물로 흘러가지 않고 금융권에서만 맴도는 ‘돈맥 경화’현상이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같은 재정 확대와 금리 인하라도 규제 완화 등 구조개혁 여부에 따라 효과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게다가 디플레이션 위기를 돌파하려면 지속적으로 소비와 투자를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더 늦기 전에 기업과 시장의 역동성을 높일 종합처방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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