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기 구독 서비스로 시장의 큰 호응을 이끌어낸 와이즐리의 김동욱 대표(사진)가 후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자들에게 전한 말이다. 김 대표는 19일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한 ‘제1회 학내 스타트업 데모데이’에서 “대기업엔 없고 스타트업엔 있는 게 진솔한 스토리”라며 “진심을 전하면 소비자들이 마케터 역할을 대신해준다”고 강조했다.
와이즐리는 김 대표가 일상에서 느낀 작은 불편함에서 출발했다. 면도기가 너무 비싸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경험에서다. 김 대표는 “글로벌 면도기 브랜드의 영업이익률이 아이폰을 파는 애플보다 높은 30%에 이른다”며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해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컨설팅회사를 그만두고 2017년 사업을 시작했다. 면도기의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전국의 수많은 공장을 찾아 자문하고 관련 서적을 구해 독학했다. 부모님이 살던 집을 사무실로 개조하고 하루 종일 제품 박스를 접었다. 저녁 9시에 첫 끼를 먹기 일쑤였다.
싼 면도기 제작까지는 성공했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 비집고 들어가는 게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솔직함을 마케팅의 무기로 삼았다. 남자들이 비싼 면도기 가격으로 고통받고 있고, 나도 고통받는 소비자여서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단순한 이야기를 카드뉴스 형태로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조금씩 입소문이 퍼져나갔다.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사용후기가 늘면서 와이즐리의 이름이 알려졌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스타트업계에서는 뛰어난 기술에 대한 환상이 있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생활 속 니즈(필요)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가성비’ 높은 안경으로 유명한 미국 스타트업 와비파커 최고경영자(CEO)의 말을 소개하는 것으로 강의를 마쳤다. “화성으로 날아가고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를 연결하는 하이퍼루프(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추진 중인 진공터널)를 개발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안경을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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