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3기 신도시 광역 교통망을 아파트 입주 시점에 맞춰 개통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교통망 구축을 위한 첫 단추인 3기 신도시 광역교통 개선대책 수립이 애초 연내에서 내년 상반기로 늦춰질 전망인 데다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예산 확보,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다.
2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왕숙 교산 계양 등 3기 신도시의 광역교통 개선대책 수립은 두 달 넘게 멈춰 있다. 9월 초 사업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국토부에 제출한 교통대책 초안이 ‘사전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사전평가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LH가 계산한 교통 수요 예측량의 신뢰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사전평가는 교통대책 초안에 담긴 교통 수요를 검토하는 과정이다.
수요 예측부터 꼬이면서 정부가 3기 신도시를 발표하면서 약속한 ‘선 교통-후 개발’ 원칙은 물거품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최대 난제 중 하나인 지자체 간 이견 조율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자체는 비용 부담 노선 등을 두고 갈등을 벌이기 일쑤다. 이런 갈등을 조율하기 위해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출범했지만 갈등을 강제 조정할 권한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손의영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입주 초기 주민들이 출퇴근 등에 큰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선교통·후개발' 공염불 되나…지자체 갈등·예타 조사도 걸림돌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3기 신도시 입지를 발표하면서 ‘선(先)교통·후(後)개발’을 공언했다. 아파트 입주 시기에 맞춰 서울로 출퇴근할 수 있는 핵심 교통망을 개통하겠다는 것이다. 1, 2기 신도시는 아파트가 입주한 지 한참 지나 광역 교통망이 들어서면서 입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 같은 정부 공언은 1년 만에 꼬이는 분위기다. 교통망 건설 첫 단계인 수요(교통량) 예측 방법도 정하지 못해서다. 교통망 확정 이후에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을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도 교통망 구축의 걸림돌이 될 조짐이다. 전문가들은 “예비타당성 조사 이후에도 기본계획 수립, 실시협약 협상, 실시설계, 착공 등을 거치면 적어도 완공까지 10년 이상 걸린다”며 “예산 등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처음부터 무리한 목표를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어긋난 수요 계산”
정부는 지난해 12월 3기 신도시 개발 계획과 광역교통망 개선 계획을 함께 발표했다. 교통망 계획까지 발표한 것은 신도시 개발 역사상 처음이다. 1, 2기 신도시 교통망 계획은 지구지정 후 평균 9.4개월 걸렸다. 그러나 3기 신도시 교통망 구상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추진 속도’에 매달리다 교통망 구축이 오히려 늦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도시별로 교통대책을 제각각 구상하다 보니 수요예측 방법 자체가 어긋났기 때문이다. 경기 남양주 왕숙에 들어설 새 교통망을 고려할 때 하남 교산의 예상 교통량을 미흡하게 계산했다는 설명이다. 이전 1, 2기 신도시 개발 땐 도시 간 주고받을 교통량을 고려해 종합적인 교통망 계획을 수립했다.
이 같은 지적은 3기 신도시 교통망 구축을 위한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도 언급됐다. 이 TF는 국토부가 지난 4월 3기 신도시 교통망을 이른 시일 안에 마련하겠다며 꾸린 팀이다. 사업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지자체, 한국교통연구원 등 관계자 10여 명이 참여했다. TF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아파트 입주 시점에 맞춰 교통망도 개통한다는 이전과 다른 방식을 추진했다가 큰 오류를 범했다”며 “지난달 말 6차 TF 회의에서 LH에 교통량 계산 방법(공식)을 보고하라고 했지만 현재까지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사업 초기 단계인 수요예측 방법부터 꼬이면서 연내 3기 신도시 교통망 대책을 확정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물 건너갔다. 사전평가가 끝나야 국토부 심의·검토 등을 거쳐 교통대책이 최종 확정되기 때문이다. 사전평가에는 일반적으로 30일이 소요된다. 초안 마련부터 대책 확정까지는 5~6개월이 걸린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새로 마련한 수요예측 방법도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더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갈등도 ‘걸림돌’
수요 예측 이후에도 선교통·후개발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우선 예산을 둘러싼 지자체 간 갈등이 문제가 될 전망이다. 광역교통망 구축에 드는 비용은 국가 지자체 사업시행자 등이 나눠서 부담한다. 하지만 광역교통법에는 비용 분담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때그때 협의로 정한다. 정부와 지자체 간, 지자체와 지자체 간 갈등이 잦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천 검단과 경기 김포 일대를 지나는 ‘원당~태리 광역도로’는 김포시와 인천시 간 사업비 분담 비율을 두고 수년간 갈등을 빚다가 2017년 무산됐다. 지자체 간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지난 3월 설립한 국토부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도 강제조정 권한이 없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손의영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광역교통 문제 핵심은 교통망 건설 예산을 둘러싼 지자체 간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갈등을 제어할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3기 신도시 교통망 구축도 1, 2기 신도시처럼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도 걸림돌이다. 한 전문가는 “계획 노선 중 경제성을 갖추지 못한 노선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일부 핵심 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한다고 해도 정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2015년 24조8000억원이던 SOC 예산은 올해 19조8000억원으로 줄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재원 마련이나 권한을 두고 기재부 등 관련 부처 간 협의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했다.
교통망 추진 절차가 이전과 바뀐 점이 없어 핵심 교통망의 ‘입주 전 개통’이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역 교통망 건설에는 15년가량이 소요된다. 기재부 예비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수립, 실시설계 등 절차를 밟고 착공하는 데만 10년 넘게 걸린다. 공사 기간은 최소 5년이다. 하지만 3기 신도시는 2025년께부터 입주에 들어갈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3기 신도시 교통대책은 사업시행자인 LH가 비용을 100% 부담해 지자체 간 갈등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5월에 발표한 고양 창릉, 부천 대장은 연구 용역 중”이라며 “신도시 세 곳의 교통대책은 내년 1월까지 확정짓겠다”고 덧붙였다.
양길성/최진석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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