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연간 평균 5,000건 자동차화재, 통계의 함의

입력 2019-11-25 10:40   수정 2019-11-25 15:10


 -전기 및 기계장치 발화가 가장 많아
 -화물차 비중이 꽤 높아

 소방청이 최근 지난 10년 동안의 자동차 화재 관련 통계를 공개했다. 본지가 최근 소방청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2008년부터 올해 9월까지 발생한 자동차화재는 모두 6만3,019건이다. 연평균 5,400건 정도의 자동차화재가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그런데 원인별로 보면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압축된다. 전기와 기계 문제가 각각 1만4,575건과 1만9,914건으로 가장 많다. 둘을 합치면 모두 3만4,489건으로 자동차화재의 54.6%를 차지한다. 이외 부주의(9,010건)와 교통사고(6,147건) 등도 적지 않지만 이들은 '인적 요인'이라는 점에서 제품 관련은 전기와 기계 문제로 압축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동차의 전기장치 사용 증가와 기름을 태워 동력을 얻는 내연기관의 본질적인 특성을 지목한다. 이른바 '연소(燃燒)'에 따른 동력의 획득은 언제든 기계 결함에 따라 화재가 일어날 개연성을 만들고 전기 또한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제조사별 화재를 분류하면 12개 브랜드 5만586건 가운데 현대차가 2만3,491건으로 가장 많다. 등록 점유율이 압도적이니 절대 숫자도 비례한다. 뒤이어 기아차가 8,956건, 한국지엠이 5,747건, 쌍용차 1,750건, 르노삼성 1,577건이다. 그런데 현대차가 유독 화재가 많은 이유로 꼽히는 게 화물차다. 5만건의 화재 가운데 화물차가 1만5,900건으로 비중이 높다. 국내에서 화물차는 현대차가 1t 포터를 포함해 가장 많이 판매한다는 점에 비춰 합리적인 추론이다. 

 수입차는 지난 2008~2019년 9월까지 모두 4,415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그 가운데서도 BMW는 흥미로운 통계를 보인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는 다른 수입사와 비교해 화재발생 건수가 눈에 띄지 않지만 2017년과 2018년 각각 94건과 128건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디젤엔진의 EGR 문제가 불거진 시기와 일치한다. 그러나 긴급안전조치와 리콜 등이 시행된 올해는 9월까지 54건으로 벤츠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계적 문제임을 자발적으로 인정하며 시행한 긴급 리콜이 나름 유의미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대신 올해는 9월까지 볼보가 71건으로 가장 많은 화재 브랜드로 기록됐다. 다만 볼보의 경우 승용차 브랜드인 볼보차와 트럭 등 상용차를 판매하는 볼보트럭, 건설기계 판매사인 볼보건설기계 브랜드가 합산된 수치이다.


 지역별 화재 통계도 주목된다. 등록대수가 많은 곳일수록 화재 발생 또한 정비례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자동차통계에 따르면 현재 가장 많은 자동차가 등록된 지역은 경기도로 전체 2,359만대 가운데 573만대가 운행된다. 서울의 312만대와 비교해도 무려 260만대가 많다. 자동차화재 또한 전체 5만6,589건 가운데 경기도가 1만3,963건으로 가장 많고, 서울이 5,570건으로 뒤를 잇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경북과 경남은 자동차등록대수가 각각 142만대와 171만대에 머물지만 자동차화재는 4,896건과 4,652건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인천지역 등록대수가 이들 지역보다 많은 162만대에 화재는 2,346건에 불과한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박재용 미래사회공학부 교수는 "경북과 경남의 경우 대형 공장이 밀집된 만큼 장거리 물류 이동이 많은 화물차 밀집 운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동차화재는 연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특히 전기 및 기계적 이유로 일어나는 화재는 사전에 예방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정비와 사후 관리 등을 지속적으로 잘 받을수록 화재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제품 문제로 일어나는 화재는 평소 점검만 잘 받아도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며 "기름을 태워 동력을 얻는 특성상 화재가 일어날 가능성을 0%로 만들기는 어렵지만 운전자의 노력에 따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게 자동차화재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아름 편집장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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