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 지분을 보유하는 대신 5200억원가량 영업자본을 확보한다. 더욱이 초대형 투자은행(IB) 업무로 재무건전성이 나빠지고 있던 만큼 이번 수혈로 자본 운용에 숨통이 트였다는 분석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보유하고 있던 카뱅 지분 50%를 정리한다. 지분 16%는 카카오에 양도를 하고 29%는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자회사 한국투자밸류운용에 넘긴다. 나머지 5%는 지주가 그대로 보유하는데 이 가운데 1주만 예스24에 매각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같은 지분 정리 과정에서 카뱅 지분을 받지 못한다. 2017년 3월 국민주택채권 등 채권매매 수익률을 동일하게 맞춘 담합 협의로 5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아서다.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인터넷은행 특별법에 턱을 넘지 못했다.
한국금융지주는 "한투지주와 한투밸류자산운용은 카카오뱅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2대 주주로서의 역할 수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금융·ICT의 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등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한투증권은 지분 대신 자금을 수혈 받는다. 한투지주는 한투증권에 777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주가 납부해야 하는 카카오 유상증자 대금 2500억원을 제외하면 5270억원이 한국투자증권의 자본으로 남는다.
그간 한투증권은 초대형 IB로 자기자본을 활용한 공격적인 영업을 많이 펼쳐오면서 건전성이 악화됐다. KB증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3분기 기준 영업용순자본비율은 145.2%다.
가장 핵심인 발행어음 사업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5조7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7000억원에서 3조원 이상 불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애경컨소시엄 측 인수금융사로 참여하기도 했고 올 여름에는 2700억원 규모의 유럽의 아마존 물류센터 세 곳을 재매각하면서 해외 투자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유상증자로 유입된 자금은 한투증권의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낼 것으로 관측된다.
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의 NCR이 150%를 밑돌게 된 것은 초대형 IB와 관련해 자기자본을 활용한 공격적인 영업을 펼쳤기 때문"이라며 "다만 이번 유상증자로 자기자본이 5조를 웃돌게 되면서 한투증권의 자본여력이 개선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자기자본에 숨통이 트이면서 다시 초대형 IB부문에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자본적적성 때문에 한국투자증권이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자본 여력이 확충되면 초대형 IB 업무에 더욱 박차를 가하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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