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공식 선언한 이세돌 9단(36)이 국내 인공지능(AI)과 마지막 대국을 둔다.
21일 바둑계에 따르면 이 9단은 다음 달 19일부터 3일간 NHN이 개발한 AI '한돌'과 은퇴기를 치를 예정이다. 은퇴기란 프로기사가 은퇴를 기념해 자신이 두고 싶은 상대와 마지막 바둑을 두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은퇴기를 두는 것은 프로기사직을 끝까지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 국내에선 드문 일이다.
바둑은 이 9단이 두 점을 놓은 뒤 '한돌'에 덤 7집 반을 주는 형식으로 치러진다. 이 9단이 두 점을 깔고도 덤을 주는 이유는 AI의 초깃값 세팅 때문으로 전해졌다. 현재 AI는 흑을 잡으면 무조건 중국 룰에 따라 덤을 주게 되어 있다. 은퇴기 제한 시간은 2시간으로 정해졌다.
이 9단이 상대할 AI '한돌'은 NHN이 1999년부터 한게임 바둑을 통해 쌓아온 바둑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자체 개발됐다. 지난 1월 국내 프로기사들과의 릴레이 대국에서 내리 5명을 잡아내며 전승했다. 지난 8월에는 중국 산둥성에서 열린 '2019 중신증권배 세계 AI 오픈'에서 3위에 오르기도 한 'AI 강자'다.
쉽지 않은 상대를 만난 이 9단의 은퇴기를 두고 양건 9단은 "이미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과 인간의 실력 차이가 크게 벌어져서 두 점을 깐다 해도 이세돌 9단이 승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마지막 대국인만큼 최선을 다해 싸워줄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앞서 이 9단은 19일 한국기원에 방문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9단은 18차례 세계대회 우승과 32차례 국내 대회 우승 등 총 50승을 거둔 한국 바둑의 전설 중 한 명이다. 2016년에는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펼쳐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제4국에서 승리하며 알파고를 이긴 유일한 프로기사로 남아 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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