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연 교수 "한중일 미세먼지 보고서는 중국에 면죄부 준 것"

입력 2019-11-21 15:17   수정 2019-11-21 15:21


한·중·일 초미세먼지 공동연구 결과가 발표된 다음날 “중국의 연구 결과는 ‘한국 초미세먼지 문제에서 중국 책임이 없다’는 주장과 마찬가지”라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조석연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21일 국가기후환경회의가 개최한 ‘미세먼지 발생원인과 국민소통 토론회’에서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공동연구(LTP)에서 중국은 서울 초미세먼지에 대한 중국 측 기여율을 23%라고 봤다”며 “사실상 중국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 것과 마찬가지인 수치”라고 말했다.

전날 국립환경과학원은 LTP 요약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LTP는 한·중·일 3국 과학자들이 2000~2017년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원인 등을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다. 당초 지난해 발간할 예정이었으나 중국 측의 이견으로 미뤄졌다.
LTP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연구진은 서울 초미세먼지에 대한 중국 기여율을 23%로 계산했다. 절반 이상(63%)이 한국 자체적으로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다른 지역에서 생성된 뒤 대기 순환으로 중국 상공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는 초미세먼지 기여율만 따져도 20%대”라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반면 한국과 일본 연구진은 서울 초미세먼지의 39%가 중국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공개된 LTP 보고서를 진정한 의미의 공동연구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 교수는 “일반적으로 국제 공동연구라는 것은 공동협력센터와 공동 재정부담을 통해 하나의 결과물을 낸다”며 “LTP는 3개국이 서로 다른 결과값을 내고 LTP 사무국은 제본하는 역할만 했다”고 말했다. LTP 분석 대상은 한·중·일 3개국 주요도시 12곳이다. 각 도시 초미세먼지에 대한 한·중·일 기여율을 두고 3국 연구진 분석은 격차를 보였다.

다만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LTP 보고서는 한·중·일 3국이 초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첫 발을 뗐다는 의의가 있다”며 “병원 진료로 비유하면 막 청진기를 들이댄 수준이기 때문에 신뢰성을 평가하기엔 이른 단계”라고 설명했다.

LTP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한국의 3개 도시(서울·부산·대전)의 초미세먼지 32%는 중국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초미세먼지와 관련해 중국 정부나 기업의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소병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제사법재판소(ICJ) 등을 통한 국가 간 소송은 당사국끼리 합의하는 게 전제조건이고 인과관계와 피해를 모두 입증해야 한다”며 “피해자 개인이 원인국에 대해 소송하는 것 역시 타국 행위나 재산에 관여할 수 없는 ‘국가면제’ 원칙상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대균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이달 말부터 주간(7일) 미세먼지 예보를 시작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기존 3일 예보 체제에서 기간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3일 단기 예보는 4단계(‘좋음’ ‘보통’ ‘나쁨’ ‘매우 나쁨’)로 제공하고 나머지 4일은 두 단계(‘낮음’ ‘높음’) 수준으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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