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한반도 경제 통합에 꽂힌 '월가의 전설' 짐 로저스

입력 2019-11-21 18:16   수정 2019-11-22 00:42

“지정학적인 환경으로 볼 때 한반도를 매력적인 투자 시장으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누구나 말하고 생각할 수 있는 방식으로 판단하면 결코 새로운 시장을 발견할 수 없다.”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는 <앞으로 5년 한반도 투자 시나리오>에서 “한반도의 변화가 향후 10~20년간 세계 투자의 지형을 뒤흔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으로 5년 한반도 투자 시나리오>는 그가 처음으로 출간한 한국어 책이다.

짐 로저스는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불린다. 미국 앨라배마주 출신인 그는 예일대에서 역사학, 옥스퍼드대에서 철학과 정치, 경제학을 공부했다. 스물두 살에 월스트리트에 첫발을 디뎠고 1969년 소로스와 함께 헤지펀드 투자사 퀀텀펀드를 설립했다. 퀀텀펀드는 10년간 4200%라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금융투자업계를 놀라게 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률은 47%였다. 1979년 월스트리트를 떠난 뒤엔 컬럼비아대에서 금융론을 가르쳤고 두 차례의 세계일주를 하면서 직접 시장을 살펴보고 독자적인 투자전략을 내놓고 있다.

일찌감치 중국의 부상에 주목했고 중국을 포함한 극동지역의 부상을 예견했다. 그는 “내가 그리는 투자 지형도에서 한반도는 마지막 퍼즐 같은 존재였다”며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곳에서 엄청난 잠재력이 느껴진다”고 언급한다. 로저스는 20년 전 세계일주를 하면서 한국을 찾았다. 2007년엔 북한에도 가볼 기회가 있었다. 그에겐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자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다른 역사를 써가고 있는 한반도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몇 차례의 방문과 분석 후 그는 ‘결국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그가 이번 책을 쓴 이유기도 하다. 책에서 그는 왜 자신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를 주목하는지 설명하고 2020년 말 남북한 교류가 시작되기 시작하는 경제통합 시나리오를 풀어 보여준다. 로저스는 “닫힌 문이 열리는 그곳에 항상 새로운 자본과 시장 그리고 기회가 있다”며 북한을 ‘투자의 파라다이스’라고 표현한다. 무엇보다 기술 부족으로 개발 여지가 큰 천연자원이 풍부하다고 언급했다. 지리적 장점도 눈여겨봤다. 현재 아시아의 가장 큰 항구는 싱가포르지만 앞으로는 나선 경제특구의 나진항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위치가 훨씬 매력적”이라며 “나선경제특구를 활용하면 아시아에서 상품을 생산해 열차에 실어 보낼 경우 베를린까지 도달하는 데 지금보다 2주나 일찍 도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경제통합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로저스는 인구와 산업 격차를 대표적으로 꼽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기회로 삼을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한반도의 경제통합을 경계하는 일본의 입장도 조망한다. 그의 말처럼 글도 직설적이어서 이해하기 쉽다. 언론인 출신의 번역가 백우진이 공저자로 참여해 번역과 함께 각 장마다 ‘한반도 리포트’를 통해 북한의 상황과 한국의 정책 등의 설명을 덧붙였다.

책은 일본의 견제와 중국의 추격 속 한국의 현실을 냉철한 투자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투자 대상으로 한반도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흐름 진단과 투자 유망 시장에 대한 조언도 들을 수 있다. 짐 로저스는 자신의 첫 한국어 책 서문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부산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열차표를 끊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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