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 근로소득 7분기째 ↓…자영업자 소득도 역대급 감소

입력 2019-11-21 17:48   수정 2020-10-30 16:10


올 3분기 가계소득의 양극화가 작년보다 개선됐다는 통계가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빈부 격차는 역대 최악이었던 작년보다 조금 완화됐을 뿐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 여파로 실업자로 전락한 빈곤층이 늘면서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7분기 연속 줄었고, 전체 자영업자 소득은 역대 최대폭 감소했다. 정부가 경제 현실을 외면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 3분기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7만4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 증가했다. 이 덕분에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와 하위 20% 가구의 소득격차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은 작년 3분기 5.52배에서 올 3분기 5.37배로 줄었다.

1분위 소득이 늘어난 것은 기초연금·근로장려금 등 복지 지원(공적이전소득)이 19.1% 늘어난 영향이 컸다. 하지만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6.5% 줄었다.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3분기와 비교하면 27.6% 감소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 영향으로 저소득층에서 실업자가 증가한 탓이다. 1분위 내 무직자 가구 비중은 2017년 3분기 44.2%에서 올 3분기 55.4%로 뛰었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저소득층 일자리에 수조원의 예산을 퍼붓고도 빈곤층 근로소득이 감소하는 부분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금 퍼부어 겨우 올린 빈곤층 소득…정부는 "소주성 효과 나타나"

9조3500억원. 정부가 지난해와 올해 취약계층 일자리에 쏟아부은 예산이다. 노인 등 저소득층에 환경 미화·교통 안내 등 일자리를 지원하는 ‘직접일자리’ 사업에 4조700억원이 들어갔다. ‘일자리안정자금’ 사업에도 5조2800억원이 투입됐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업체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인건비를 보전해주는 사업이다.

이런 세금 퍼붓기에도 빈곤층의 근로소득은 악화일로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2017년 3분기 61만8400원에서 올 3분기 44만7700원으로 17만700원(27.6%)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 근로소득이 29만4000원(9.6%)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정부가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상당수 저소득층이 실업자로 전락했고, 뒤늦게 예산을 집중 투입했지만 소득 감소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빈곤층 근로소득 2년 새 28% 급감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3분기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7만4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 증가했다. 1분위 소득은 지난해 1분기부터 줄곧 감소하다가 올 2분기 0.04% 증가로 돌아섰고, 3분기 증가폭을 키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통계 발표 직후 “저소득 가구의 소득이 올 2분기부터 좋아지는 조짐을 보였고 3분기엔 확실히 좋아진 모습”이라고 진단한 이유가 여기 있다.

정부의 현금 복지 확대가 빈곤층 소득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1분위의 ‘공적이전소득’은 작년 3분기 41만5000원에서 올 3분기 49만5000원으로 19.1% 증가했다. 공적이전소득은 기초연금, 근로장려금 등 정부의 복지 지원금을 뜻한다. 정부는 올 4월 소득 하위 20%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일을 해서 버는 소득은 감소했다. 올 3분기 1분위 근로소득은 44만7700원으로, 1년 전보다 6.5% 쪼그라들었다. 일자리를 잃은 저소득층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분위 내 무직자 가구 비중은 3분기 기준 2017년 44.2%에서 올해 55.4%로 급증했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경비원, 음식점 종업원 같은 일을 해도 민간에 있으면 한 달 100만원 이상 벌 텐데 실업자가 된 뒤 월 20만~30만원 주는 재정일자리 지원을 받아봐야 소득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앞뒤 안 맞는 정부 설명

저소득층의 근로소득 확충은 정부도 강조하는 부분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1분위는 일자리를 통해 근로소득을 높여주는 게 관건이고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현금 복지 확대로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면 당장은 양극화 해소 효과가 나타날지 몰라도 빈곤층의 자립에는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근로소득 확충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복지가 확대되면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도 악영향을 준다. 올 3분기 통계에서도 빈곤층의 근로소득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소득주도성장 정책 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홍보한 것을 두고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소득격차 완화가 충분히 이뤄진 것도 아니다. 분배지표인 5분위 배율(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은 3분기 기준 올해 5.37배로 역대 최악이던 작년(5.52배)보다 다소 줄었을 뿐 지난해를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5.48배) 후 최악이다.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세금 이자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은 113만8200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년 전(106만5000원)보다 6.9% 늘었다. 비소비지출이란 세금, 국민연금보험료, 건강보험료, 대출이자, 경조사비, 종교단체 헌금 등이다. 비소비지출이 늘어나면 그만큼 소비 활동에 쓸 수 있는 몫이 줄어들게 된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487만69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비소비지출 비중은 23.3%에 달한다. 비소비지출은 2017년 2분기부터 10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세금과 건보료 등을 인상한 여파다.

서민준/오상헌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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