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됐으니 월급 올려달라"…공기업들 '고비용 몸살'

입력 2019-11-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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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지난 1~2년간 정규직으로 바뀐 공기업 근로자들이 임금·단체협약 시즌이 돌아오자 잇달아 임금 인상, 본사 직고용 등을 추가 요구하고 있다. “정규직에 맞는 대우를 해달라”는 압박까지 커지면서 공공부문의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탈(脫)원전·정규직화 등을 떠안은 공기업들의 실적까지 곤두박질을 치면서 국민부담이 가중 될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금·처우개선 부담 커진 공기업

지난 17일 고용노동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추진실적’에 따르면 지금까지 334개 공공기관에서 15만1489명의 비정규직 중 9만5760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다. 이 중 75%에 해당하는 7만1549명은 6월까지 이미 전환을 완료했다. 문제는 각 공공기관이 경영여건 및 목표를 고려하지 않고 급하게 정규직 전환에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3월 발간한 ‘2019 대한민국 재정’에 따르면 2013년부터 5년 연속 순손실을 내고 있는 공공기관은 23곳으로 누적 손실액은 9조5922억원에 달한다. 이들 공기업과 공단에서만 5032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다. 8조6797억원의 누적 손실을 낸 한국석유공사가 462명, 1401억원의 누적 손실을 본 근로복지공단은 1916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892명의 파견·용역직이 정규직이 되면서 처우 개선에 따른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며 “손실이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독려하자 99개 공공기관에서는 정규직 전환 결정 인원이 당초 계획 인원을 초과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국전력은 당초 계획 인원인 5107명보다 60% 많은 8180명을, 한국도로공사는 계획(1316명)보다 여섯 배 많은 778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한국마사회 등 관련 공기업들은 “실제 전환 작업 과정에서 정규직 전환 기준을 대폭 완화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공기업들 실적 악화에 부채는 늘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원전가동이 줄며 이 지난 3분기에 35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한수원이 분기별 결산을 공시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3분기에 손실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전력공사 강원랜드 한국지역난방공사 에스알 등 14개 공기업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0.6% 줄어든 3조5400억원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이전인 2016년(18조4억원)과 비교하면 5분의 1, 첫해인 2017년(9조8967억원)에 비해선 3분의 1 수준이다. 특히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은 1~3분기 누적 이익이 3107억원에 그쳤다. 2011년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2016년 말 143.4%였던 이 회사 부채비율은 작년 160.6%로 상승한 데 이어 올 상반기 176.1%로 치솟았다. 내년 총선 이후에 전기료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공기업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국가 재정에 부담을 지울 것이란 우려가 높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예측한 39개 주요 공공기관의 2021년 부채비율은 167%로, 2년 전 예상치(152%)보다 15%포인트 높아졌다.

정부, 사회적 책임 강조에 ‘저효율 고비용’ 고착

공기업 실적 악화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에너지 기업들을 중심으로 정부 정책비용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대표적인 게 ‘에너지전환’이다. 경제성 높은 원전의 전력 생산을 줄이고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면서 원가 부담이 급증했다. 액화천연가스(LNG) 등 국제 연료가격까지 오르자 적자 폭이 커졌다는 게 전력업계의 설명이다. 3분기 기준 원전 이용률은 2016년만 해도 79.7%였으나 올해는 65.2%로 뚝 떨어졌다. 공기업들은 재무구조 악화와 무관하게 정규직 전환 및 신규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가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고용확대를 압박하고 있어서다.

더 큰 문제는 공기업들의 재무구조 악화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 정규직은 2016년 말 32만8480명이었으나 지난 9월 기준 40만9091명으로 3년도 안돼 24.5% 급증했다. 정부가 ‘사회적 책임’에 초점을 맞추면서 ‘저효율-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적자가 급증해도 정부 말만 잘 들으면 성과급까지 다 지급되는데 누가 효율성을 따지고 리더십을 발휘하겠느냐”며 “공기업 실적 악화는 정부 책임이 크다”고 했다.

NIE 포인트

공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고 빚이 늘어나는 이유를 토론해보자. 공기업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어떤 공기업 정책이 바람직한지 정리해보자. 공기업의 실적이 부진하고 빚이 늘어나면 국가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논의해보자.

조재길/구은서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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