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조령모개 (朝令暮改)

입력 2019-11-25 09:00  


▶ 한자풀이
朝: 아침 조
令: 하여금 령(영)
暮: 저물 모
改: 고칠 개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治大國若烹小鮮).’ 도가의 정수를 담은 <도덕경>에 나오는 문구다. 작은 생선은 별로 먹을 게 없다. 더구나 굽는다고 이리저리 뒤집으면 뼈만 남는다.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교육도 마찬가지다. 100년은 고사하고 10년도 안 돼 이리저리 뒤집으니 그 토대가 허약하다. 뭐가 자주 바뀐다는 건 질서가 여전히 어지럽다는 얘기다.

전한(前漢) 문제(文帝) 때의 어사대부 조착은 재정에 밝았다. 백성을 아끼는 마음 또한 지극했다. 당시 흉노족이 수시로 변방을 침략해 곡식을 약탈해 갔다. 허리가 휘는 건 백성이었다. 약탈로 굶주리고, 부역으로 쉴 날이 없었다. 보다 못한 조착이 문제에게 상소문을 올렸다. 논귀속소(論貴粟疏), 곡식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상소였다.

“부역이 가혹해 다섯 식구 농가에서는 두 사람이 부역에 나갑니다. 홍수나 가뭄을 당한 자에게조차 세금을 징수하고 부역을 시킵니다. 더구나 세금과 부역의 시기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아침에 영을 내렸다가 저녁에 고치는(朝令暮改) 일이 많아 백성들은 더 힘이 듭니다….”

<사기> 평준서에 나오는 그의 상소문은 백성을 아끼는 마음으로 그득하다. 그는 특히 조령모개(朝令暮改), 아침에 영을 내리고 저녁에 고치는 식으로 법령을 자주 바꿔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는 자주 법령을 바꿔 위세를 과시하고 이권을 챙기려 한다. 그런 조착은 당연히 조정 대부들에게 눈엣가시였다. 결국 그는 관료들의 시기를 사 죽임을 당했다. 어찌보면 간신보다 충신이 더 많이 사약을 받은 게 역사인지도 모른다.

아침에 만들고 저녁에 고치는 일이 반복되면 근본을 살펴야 한다. 그건 애초 설계에 뭔가 큰 오류가 있다는 얘기다. 크게 잘못된 설계는 고치기보다 다시 그리는 게 낫다. 때로는 고치는 비용이 완전히 새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크다.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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