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청와대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지소미아 종료를 염두에 둔 대비책을 논의했다. 통상 1주일에 한 차례 열리던 NSC를 이례적으로 21일부터 이틀 연속으로 개최한 것이다. NSC가 열리는 시간도 오전과 오후를 넘나들었다. 회의 참석자들 역시 긴장하며 비상대기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이던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귀국 일정을 하루 앞당겨 이날 오전 귀국해 회의에 참석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대통령 주재 전체회의를 열어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안보상 이유로 수출규제를 택했기 때문에 종료 결정을 취소할 만큼의 성의있는 모습을 일본 측에서 보이느냐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서 각각 일정 부분 ‘양보’하는 패키지 딜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저녁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23일부터 이틀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는 일정이지만, 자연스럽게 미국과 일본을 접촉해 지소미아와 관련한 한국 정부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현명한 대응을 요구해왔으며 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검토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같은 답변을 했다. 고노 다로 방위상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한국과 일본이 지소미아 관련) 대화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언급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이 일단 끝까지 협의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미국을 향한 명분쌓기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마이니치신문은 “한국 정부가 지난 8월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음에도 종료에 관한 최종적인 입장 표명을 늦추는 것은 미국을 배려하는 한편 일본 측이 양보하지 않아 협정이 종료됐다고 주장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케이신문도 “한국이 마지막까지 일본과의 교섭을 계속하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그러면서도 일본의 태도 변화 없이는 지소미아 종료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했다.
임락근/도쿄=김동욱 특파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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