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22일(현지시간) 미·북 비핵화 협상이 결렬될 경우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선희는 이날 모스크바 외무부 청사에서 러시아 측 북핵 수석대표인 이고르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부 아태지역 담당 차관과 회담한 후 취재진에게 이 같이 밝혔다. 또 “미국이 우리에게 상응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외교의 기회가 사라지는 경우 그러한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 측이 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을 향해 “우리가 시간도 줬고 또 신뢰 구축 조치도 취했지만 우리가 받은 상응 조치는 아무것도 없고, 받아낸 것은 배신감뿐이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앞서 자신을 협상 카운터파트로 지목한 데 대해 “협상 대표는 각기 그 나라에서 지명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앞서 비건 지명자는 20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외교의) 창은 여전히 열려 있지만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에서 나와 협상해야 할 사람은 최선희”라고 덧붙였다. 현재 비건 지명자의 북한 측 카운터파트는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로 최선희보다 직급이 낮다.
최선희는 지난 2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블라디미르 티토프 외무부 제1차관 등과 양국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그는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이 계속되는 한 핵 문제와 관련한 논의는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졌다고 본다”고 밝혔다.
미·북 정상회담 전망에는 “내가 정상들이 어떻게 하는 것까지 얘기할 위치에 있진 않다”면서도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계속하면서 이런 식으로 나가는 건 앞으로 좀 불가능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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