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보호관찰제…"주 1회·10분 면담이 고작"

입력 2019-11-24 18:20   수정 2019-11-25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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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매일 특정 장소에서 한두 시간씩 머무르는 게 보이죠? 이 사람이 자주 가는 PC방이 여기 있거든요. B씨는 지금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어요.”

지난 18일 만난 인천보호관찰소 서부지소의 홍범선 계장(40)이 전자발찌 위치추적 프로그램인 ‘유가드(UGuard)’를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홍 계장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관리하고 있는 전자발찌 착용자 아홉 명의 일과를 속속들이 꿰차고 있었다.

홍 계장은 보호관찰관이다. 출소자의 안전한 사회복귀를 돕고 재범을 방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전자발찌를 착용하고도 재범한 사람이 292명에 달하면서 보호관찰관들이 제 역할을 못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08년 한 여자아이를 잔혹하게 성폭행한 조두순의 출소(2020년 12월 13일)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 같은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홍 계장은 “대상자들이 재범한다면 대다수 출소 1년 내에 한다”며 “이들이 출소 초기에 사회에 잘 정착하게 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범죄 예방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만성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보호관찰관들이 대상자를 심층 교화하기란 쉽지 않다. 홍 계장만 해도 현재 전자발찌 부착자 아홉 명에다 일반 보호관찰 대상자 70여 명을 관리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522명의 보호관찰관이 19만4700여 명을 관리하고 있다. 보호관찰관 한 명이 128명을 관리하는 꼴이다. 2016년(142명), 2017년(138명)과 비교할 때 매년 조금씩 인력 충원이 이뤄지곤 있지만 뉴질랜드·영국(15명) 일본(21명)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

보호관찰관들은 전자발찌 착용자를 주 1회 면담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다. 그러나 한 번 만나는 시간은 대개 10분 남짓이다. 일반 보호관찰 대상자는 접촉 횟수가 더욱 적다. 홍 계장도 이날 인천 강화도 등을 오갔지만 네 명의 대상자를 면담하는 데 그쳤다.

야간에 근무하는 보호관찰관 인력은 더욱 줄어든다. 대상자가 야간 이동제한 명령을 어기는 등 밤에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히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보호관찰 대상만 계속 늘릴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관리를 위해 인력을 먼저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천=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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