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차 관세 부과’ 결정 시한(11월13일)이 열흘 넘게 흐르도록 침묵하고 있다. 미 관가 주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수입차 관세의 근거로 삼은 ‘무역확장법 232조’보다 더 센 ’수퍼 301조(무역법 301조)’를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차(차 부품 포함) 관세 결정이 지연되는 가운데 최근 미 행정부가 수퍼 301조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22일 “무역법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수입차에)관세를 부과하려할 수 있지만, 그같은 행동은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에 부합하지 않아 법적 도전(소송)에 취약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32조를 버리고 1974년 무역법 301조에 따라 관세 부과를 추진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조지스 아비-삽 세계무역기구(WTO) 항소기구 위원장도 지난 5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의 수입차 관세에 대해 “도덕적인 면은 둘째치고 승소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직격탄을 날렸었다. 차 수입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주장은 객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WTO에 제소되면 미국이 이기기 힘들다는 것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거나 최대 25% 관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수퍼 301조는 불공정 무역국을 상대로 고율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고율관세를 부과할 때 이 조항을 근거로 썼다. 수퍼 301조를 적용하면 관세를 25%보다 높게 부과할 수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부터 25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30%로 높이려다 바로 직전 미·중 고위급협상에서 ‘1단계 구두합의’가 이뤄지면서 관세 인상을 보류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차 관세 부과 여부는 미 상무부가 지난 2월 “수입차와 수입 차부품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정하면서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려했지만 결정 시한을 한차례 연장해 지난 13일까지 결정을 내리기로 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시한인 13일 취재진에게 “상당히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그 문제에 대해)충분히 보고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열흘 넘게 시간이 지나서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결정 시한을 또 다시 연장할 수도 있다.
수입차 관세의 핵심 타깃은 현재 유럽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현재 유럽연합(EU)과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협상 지렛대로 ‘수입차 관세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EU는 미국이 유럽차에 관세를 부과하면 즉각 보복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한국과 일본은 수입차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지난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해 자동차 부문을 대폭 양보했고, 일본은 지난달 미·일 무역협정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변덕스럽기 때문에 막판까지 안심하지는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방위비 협상이 잘 안풀리면 한국산 차에 고율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유럽과도 방위비 협상을 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수입차 관세와 연결하는건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