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인공지능(AI) 스피커 ‘기가지니’ 개발·제조사인 가온미디어가 거침없는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임화섭 대표를 중심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면서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을 최대한 누리고 있다는 평가다.
간결한 지배구조 갖춰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가온미디어는 올 3분기까지 4766억원의 누적 매출을 올렸다. 3분기 말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76억원으로 4분기 실적이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가온미디어는 AI 셋톱박스 등 네트워크 장비를 제조,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성인식 디지털 셋톱박스를 제조하는 회사기도 하다.
IB업계에서는 유일한 주요 주주인 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를 통해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분기 말을 기준으로 임 대표의 지분율은 14.7%이고, 임 대표의 두 자녀가 1.6%를 갖고 있다. 2010년을 전후해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가 됐지만, 목표수익률을 초과 달성한 뒤 지분을 팔았다. 현재 임 대표를 제외하면 5% 이상 지분을 들고 있는 별도 주주는 없다. 다만 소액주주 비중이 73.9%(3분기 말 기준)로 높아졌다.
넷플릭스 공세는 ‘발등의 불’
2001년 설립돼 2005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가온미디어는 최근엔 유럽, 중남미 등 해외판매법인을 통해 영업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셋톱박스의 세계시장 전망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는 우려가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부상 때문이다. 가온미디어의 주력인 셋톱박스는 케이블방송·인터넷TV(IPTV)·위성방송과 같은 유료방송 서비스의 가입자가 구매·임차해야 매출이 나오는데, 전 세계에서 유료 방송을 끊고 넷플릭스 등 OTT를 택하는 이른바 ‘코드 커팅(code cutting)’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가온미디어가 고정 거래처로 확보한 KT,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통신사업자를 통한 실적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시장에서 경쟁자들이 철수하면서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가 앞으로 관건이라는 전망이다.
운전자본 부담도 변수다. 지난해에는 주요 원재료인 메모리반도체 가격 급등이 제품 판매가에 적절하게 반영되지 못해 큰 폭의 수익성 하락을 겪기도 했다.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교섭력이 그리 크지 못한 탓이다. 2017년과 2018년엔 영업현금흐름(OCF)을 웃도는 운전자본 부담 때문에 순영업현금흐름(NCF)이 창출되지 못하기도 했다. 3분기 말 기준 가온미디어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총차입금은 1008억원이고, 이 중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성이 70%를 웃돌아 단기 상환 부담이 큰 편이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과거에 비해 원재료 가격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전후방 사업자에 대한 교섭력이 떨어져, 앞으로 운전자본 부담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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