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요구'하다 제 풀에 꺾인 철도파업…'불씨' 여전

입력 2019-11-25 17:17   수정 2019-11-26 03:18


전국철도노동조합이 닷새 만에 서둘러 파업을 중단했다. 애초부터 4600명 인력 충원이라는 무리한 요구를 내건 데 대해 정부와 사측의 대응이 강경한 데다 노조원들의 파업 찬성률도 크게 낮아 파업 동력이 떨어진 탓이다. 대학 수시면접, 한·아세안 정상회의 등과 파업 일정이 겹치면서 시민들의 비판 여론이 거세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사측이 인력 충원을 위한 노·사·정 협의와 고속철도 통합운영 방안 건의 등에 합의해 추후 불씨를 남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무리한 요구에 ‘여론 악화’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밤샘 협상 끝에 25일 오전 6시 협상을 타결하고 파업 중단을 결정했다. 지난 20일 노조가 무기한 파업을 강행한 지 5일 만이다. 합의안에는 임금 1.8% 인상, 인력 충원을 위한 노·사·정 협의 개시, 고속철도 통합 운영 방안 건의, 저임금 자회사 임금 수준 개선 건의 등이 담겼다. 코레일 관계자는 “파업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현장에 복귀했다”며 “파업으로 일부 운행이 중단된 열차는 26일부터 차례로 정상 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그동안 수차례 장기파업을 강행했다. 2013년 수서발 고속철도(SRT) 운영사 설립에 반발하며 22일간 파업을 했다. 2016년에는 성과연봉제 도입 폐지를 요구하며 72일 동안 파업을 끌고갔다. 이번 파업을 닷새 만에 중단한 건 그만큼 유례없는 일이다. 업계에선 노조의 지나친 요구가 도리어 파업의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한다. 노조는 올해 5월부터 전체 직원의 15%가 넘는 4654명을 더 뽑아달라고 요구해 왔다. 코레일은 지난해 339억원의 영업적자, 104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코레일에 따르면 4654명을 충원할 때 연간 추가비용 6000억원이 발생한다. 코레일은 직무진단 용역 결과 인력 1865명을 충원하면 4조 2교대 근무가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철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 재구조화가 필요한 때 단순히 인력을 더 늘려달라는 노조 요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파업 시기도 좋지 않았다. 이번 파업은 대학 수시면접과 한·아세안 정상회의 등 국가 행사를 앞두고 이뤄졌다. 철도 운행이 평시 대비 70%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시민들이 겪는 불편이 컸다. 피해를 호소하는 산업계 목소리도 거셌다. 파업 기간에 화물철도는 평소 30% 수준으로 운행됐다. 파업 중 SRT가 대체 운행 수단으로 부각되면서 노조가 내세운 KTX-SRT 통합 명분도 힘을 잃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이번 파업을 두고 불만이 많았다. 인력 충원, 자회사 직원 직접고용, KTX-SRT 통합 등 노조 핵심 요구가 주무관청인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1~13일 사흘간 이뤄진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파업 찬성률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53.9%에 그쳤다. 한 조합원은 철도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직원들 봉급만 손해 보는 명분 없는 파업을 왜 하느냐”고 호소하기도 했다.

‘정부와 인력 충원 논의’…불씨 남겨

노사가 가까스로 잠정 협의를 마쳤지만 파업의 불씨를 남겼다. 이번 교섭에서 노사는 임금 인상(1.8%)만 협의를 마쳤다. 핵심 쟁점인 4조 2교대 근무를 위한 인력 충원, KTX-SRT 통합 운영 등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정부와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이달 근무체계 개편에 따른 인력 충원 규모를 위해 노·사·정 협의를 연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노조가 정부를 끌어들여 협상력을 높이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사가 제시한 인력 충원 계획을 보기 전까지 충원 규모를 단정짓기 어렵다”며 “근거가 합리적인지 따져보고 인력 충원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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