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25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일각에선 ‘국내외 경제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공정경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지만 공정위의 생각은 다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위원장은 “경영여건이 악화되면 실적압박을 받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성과보상을 제대로 하지 않을 수 있다”며 “공정하지 않은 성과배분은 기업 의욕을 떨어뜨려 궁극적으로 전체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기업 조사는 계획대로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조 위원장은 반칙의 예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들었다. 일감 몰아주기를 ‘대기업집단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뿐 아니라 혁신 중소기업의 기회를 빼앗아가는 행위’로 규정했다. 그는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으로 경제력이 집중되는 현상이나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이끄는 문제에 직접 개입할 생각이 없다”며 “공정위의 관심사는 대기업이 일감 몰아주기나 계열사 부당지원을 통해 시장질서를 교란하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기 위해 ‘일감 나눠주기’에 나선 대기업에 동반성장지수 평가 때 가산점을 주겠다”며 “동반성장지수가 높은 대기업에는 1~2년간 공정위 직권조사를 면제하는 인센티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공정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단발적, 사후적인 제재조치보다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는 제도 마련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1+1 제도’(한 개 이상 직영점을 1년 넘게 운영해본 가맹본부만 가맹점 모집 가능)를 예로 들었다. 가맹본부와 비교할 때 ‘을’인 점주를 보호하기 위해선 사업성이 검증된 업체만 가맹점을 낼 수 있도록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조 위원장은 “갑을관계 개선은 능력 없는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경쟁력 있는 혁신 중소기업이 뛰어다닐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