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관계자가 “(한국의)‘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국가 복귀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결정 이후 수출규제 철회를 위한 본격적인 한·일간 협상을 앞두고 일본이 기선제압을 위한 ‘심리전’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26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과의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과장급 협의를 내달 상순경에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2016년 6월을 마지막으로 3년 이상 이뤄지지 않았던 한국과 일본 정부 간 국장급 정책대화는 12월말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이전에 실시하는 방향으로 조정 중이라고 합니다. 과장급 대화는 서울에서, 국장급 대화는 도쿄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일본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및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정당한 수출관리 정책’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수출관리’ 문제를 협의하긴 하지만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 복귀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압박용’발언도 흘리는 모습입니다.
일본 정부는 과장급·국장급 대화가 재개되더라고 불화수소를 비롯한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철회하거나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복귀를 즉각 인정할 생각이 없다는 생각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한국이 일본의 수출 물자에 대한 적절한 관리를 하고, 관련 시스템을 정비하라는 기존의 일방적 주장을 규제 철회·화이트리스트 복귀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일본 정부 관계자는 “(한국과)대화를 거듭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이 그룹A(화이트리스트)에 복귀하는 데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무부처인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전날 자민당 회의에 참석,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 복귀하려면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에 대한 규제철회를 위해선 한국이 3개 조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한·일 양국이 정기적으로 정책대화를 열 수 있을 정도로 신뢰관계를 회복할 것 △재래식 무기에 대한 수출 통제의 미비점을 개선할 것 △수출검사체제와 인원의 취약성을 해결할 것을 지목했습니다. 일본 정부로선 이 세 가지 조건이 명확하게 개선되지 않으면 화이트리스트 복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한국 입장에선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 할 만한 태도를 일본 정부가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결정 이후에도 일본 정부는 일본 언론을 통해 한국에 대한 ‘기선제압’작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할 국장급 대화가 어렵게 성사되게 됐지만 앞으로의 협상은 무척 험난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은 다방면에서 심리적 우위를 취하기 위한 활동을 펴고 있습니다. 한국정부가 당당하고, 현명한 처신으로 꼭 좋은 성과를 얻기를 바랍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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