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애드·PF…다변화하는 증권업계의 해외 부동산 투자

입력 2019-11-26 17:57   수정 2019-11-27 02:42

금융투자 업계의 해외 부동산 투자 영역이 단순 투자에서 매입 후 밸류애드(가치부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공략 지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그리니치가에 고급 호텔을 짓는 프로젝트에 1억4500만달러(약 1700억원) 규모의 PF를 주관했다.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한 바리에르호텔 체인이 운영할 지상 8층 규모의 호텔이다.

토지는 99년간 임차할 예정이다. 당초 계약이 땅주인에게만 유리하게 이뤄진 탓에 사업 시행자 토지주 간 갈등이 빚어지면서 자금 조달에 번번이 실패했다. 법원 결정으로 계약이 수정되면서 하나금투가 PF 주관을 맡게 됐다.

하나금투는 뉴욕에서 올해 세 건의 PF를 주선하는 등 현지 부동산 금융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올초 뉴욕 타임스퀘어 거리 인근 마가리타빌호텔 프로젝트의 메자닌(중순위) 대출 8600만달러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6월엔 맨해튼 막스플레이스가의 10층 오피스 빌딩 건설사업에 8000만달러 규모의 PF를 일으켰다.

다른 증권사들도 해외에서 잇따라 프로젝트성 투자를 성사시켰다. 미래에셋대우는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의 고급 주택단지 조성 프로젝트 메자닌 대출채권에 3100만달러를 투자했다.

NH투자증권 등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1970년 지어진 빌딩을 3500억원에 매입해 내년부터 리모델링에 들어갈 계획이다. 건물 가치를 높여 되팔겠다는 전략이다. 제이알투자운용은 7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준공 전 건물인 ‘노르딕 라이트 트리오’를 현지 시행사로부터 4100만유로에 매입했다.

이처럼 금융투자사들이 부동산 투자 다변화에 나서는 것은 저금리로 인해 채권운용 등의 부문에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이 글로벌 부동산 가격 고점 우려로 해외 부동산 매입을 망설이고 있어 부동산을 단순 매입해 국내에서 셀다운(재매각)하는 방식의 투자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업투자는 서류상으로 숫자와 계약조항이 완벽해보여도 변수가 생길 여지가 일반적인 부동산 투자보다 훨씬 많다”며 “국내 금융투자사의 실력에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PF나 준공 전 건물 매입 등의 손실 가능성이 높다고 단순하게 말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최근 증권업계의 실패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시행사와 협력사의 평판을 철저히 조사했다”며 “글로벌 IB가 참여하지 않는 틈새시장에서 현지 1류 로펌과 협업해 직접 금융주선을 총괄해 사고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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