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해외부동산 투자 잇단 '옐로카드'

입력 2019-11-26 17:20   수정 2019-11-27 13:20

해외 부동산 투자에 잇단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독일, 호주에 이어 브라질 부동산에 투자한 상품에서도 차질이 생겼다. 당장 원금 손실 우려는 없다지만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및 라임사태를 겪은 투자자들은 ‘내가 투자한 상품은 괜찮은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브라질펀드 DLS, 이자 지급 미뤄져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라탐호스피탈리티펀드’ 연계 파생결합증권(DLS)의 두 번째 이자 지급이 유예됐다. 싱가포르 자산운용사가 브라질 호텔에 투자하는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으로 2017년 11월 22일 발행됐다. 발행 규모는 약 230억원이다. 발행 후 1년마다 이자(8%)를 총 두 번 지급하고 만기인 2020년 5월 원금과 확정이자(4%)를 주는 상품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예정대로 이자가 지급됐지만 올해는 한 달 후 이자를 주겠다며 지급 시기를 늦췄다.

다만 금리연계형 DLS처럼 원금 손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NH투자증권의 설명이다. 펀드가 투자한 호텔에 대한 선순위 담보를 잡고 있고, 원금을 100% 보장하는 보험에도 가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미 지급된 이자를 고려하면 원금과 함께 최소 8% 수익은 낼 수 있는 셈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부동산 개발 사업이 아니라 이미 지어진 호텔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다”며 “해외 부동산 투자는 결제 시차, 부동산 매각 지연 등으로 한 달 정도 말미를 주는 일이 흔하다”고 설명했다.

독일 헤리티지 DLS도 만기 연장

라탐호스피탈리티펀드 연계 DLS는 운이 좋은 편이다. 담보와 보험이라는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만기가 줄줄이 돌아오는 독일 헤리티지 DLS는 담보는 있지만 매각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상품은 독일에서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건물(기념물 보전 건물)을 재개발해 분양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싱가포르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2017년부터 약 4800억원어치가 팔렸다. 3600억 규모의 펀드를 판매한 신한금투의 경우 지금까지 580억원 정도 만기가 돌아왔지만 모두 상환하지 못하고 연장됐다. 연말까지 추가로 430억원 펀드의 만기가 돌아올 예정이지만 이 역시 연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개발 일정이 예상보다 늦어지며 매각 및 투자금이 회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만기를 연장하면서 베를린에 있는 발전소 건물을 이달 초까지 매각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팔리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신한금투는 12월 10일 만기 상환이 돌아오는 상품에 대해서도 만기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안내문을 최근 고객들에게 발송했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부동산 매각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장담하기 어려워 언제부터 원금 상환을 할 수 있을지 단언하기가 힘들다”며 “다만 부동산이라는 담보가 확보돼 있어 원금손실 우려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만기가 최장 2년 연장될 가능성이 있지만 투자금을 회수하면 그 전에라도 상환이 이뤄질 것”이라며 “투자금 회수를 위해 개별 프로젝트 매각이나 글로벌 투자자 유치를 통해 일부 또는 전체 프로젝트에 대해 리파이낸싱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간 증권사들은 ‘예금금리+α’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부동산 펀드를 적극 판매해왔다. 그만큼 시장도 급성장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부동산펀드에 투자된 금액은 97조6678억원(11월 21일 기준)에 달한다. 2015년 말(35조408억원)이었던 시장은 불과 4년도 안 돼 세 배로 불어났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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