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아시아나 팔아도 유동성 위기…금호, 産銀에 "수천억 빌려달라"

입력 2019-11-26 18:10   수정 2019-11-27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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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 11월 26일 오후 4시11분


금호그룹이 산업은행에 ‘SOS’ 요청을 보냈다.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한 돈이 들어온다고 해도 그룹이 갚아야 할 각종 자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그룹은 최근 산업은행에 수천억원 규모 자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아시아나항공 매각대금을 받을 때까지 일시적으로 필요한 자금이지만, 약 2000억원 가량은 매각대금을 받은 후에도 부족한 자금이다. 금호그룹이 예상했던 것보다 구주 가격을 많이 받지 못한 데 따른 영향이다.

금호그룹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 등이 71.24%를 보유한 금호고속(옛 금호홀딩스)을 꼭지점으로 그 아래 금호산업, 금호산업 아래에 아시아나항공 등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난 12일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가로 총 2조5000억원 가량을 써냈다. 그러나 이 중 대부분은 유상증자 대금으로 사용된다.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31.05%)인 금호산업에 지불되는 구주에 대해서는 약 3000억원만 지급하겠다고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 당시의 시가(약 3700억원)보다도 적다.

이는 금호그룹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한 직후 주가가 9450원(4월16일, 금호산업 보유지분 가치 약 6500억원)까지 치솟자 금호그룹 내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 약 1조원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각종 차입을 상환하고도 그룹 재건을 위해 쓸 수 있는 수천억원이 남는 구도였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액면가 언저리로 떨어진 데다, 인수 후보자들이 경영권 프리미엄은 커녕 시가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적어내면서 금호그룹은 아시아나를 팔고도 빚을 다 못 갚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여기에 산은이 지난 4월 빌려준 1300억원 가량의 자금의 차환여부도 불투명하다. 박 전 회장은 올 초 그룹 전체 자금사정이 압박을 받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산은은 그 결정에 화답하며 4월말에 금호고속을 상대로 1300억원을 빌려줬다. 이 자금의 만기가 내년 3월말에 도래한다. 금호그룹은 일단 2000억원 수준을 새로 빌려달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1300억원 규모 기존 대출금에 대한 차환까지 고려하면 실제 필요한 돈은 3000억원 이상인 셈이다. 산은 외에 다른 1·2금융권에서 빌린 돈을 다 합하면 금호고속의 전체 차입금은 3700억원에 이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이 원한 아시아나항공 구주의 최소 가격은 약 5000억원 선이었다”며 “HDC현산 측과 추가 협상에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금호그룹 내에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산은 내에서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와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압박한 만큼 박 전 회장 측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지 않느냐는 동정론이 있는 반면, 금호그룹의 객관적인 현실을 볼 때 더 이상 자금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관련 불공정 거래 등으로 공정위에서 검찰 고발까지 예고한 박 전 회장 측의 경영상 실패가 그룹이 어려워진 근본 원인인데, 그 책임을 정부와 산은이 대신 져 달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한 번만 지원하고 끝난다면 모르겠지만, 이번에 지원을 해 준다는 것은 앞으로 금호그룹이 홀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뒤를 봐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금호고속을 매각하는 등 금호그룹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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