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투자자 보호와는 거리 먼 DLS 대책

입력 2019-11-26 17:59   수정 2019-11-27 00:18

요즘 증권가 사람들을 만나면 화제가 깔대기처럼 한 곳으로 흐른다. 파생결합증권(DLS)과 라임자산운용 사태다. 금융감독 당국은 지난 14일 은행에서 고위험 사모펀드와 신탁을 아예 팔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고 세부사항을 조율 중이다. 사모펀드 가입 최저기준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리기로 잠정 결정했다.

업권마다 반응이 다르다. 증권사는 은근히 은행 고객들이 증권사로 넘어오기를 기대하는 눈치고, 자산운용업계는 시장이 죽는다며 울상이다. 하지만 이 규제가 지나치게 뭉툭해서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는 대부분 의견이 일치한다.

증권가에서 보는 진짜 문제는, 투자자가 자신이 어떤 상품에 투자하는지 잘 모르고 투자한다는 것이다. 은행이 아니라 증권사에서 팔았으면 괜찮았을까? 그렇지 않다는 게 공통적인 평가다. 이번에 문제가 된 DLS와 이에 기반한 펀드들(ELF·DLF)은 애초에 투자자에게 대단히 불리하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손실이 발생하는 금리 구간이 판매 당시의 금리와 너무 가까워(-0.25%포인트부터 손실 시작, -0.5%포인트부터는 100% 손실) 원금 손실 발생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반면 그 외 구간에서 약속한 금리는 연 4%에 불과했다.


과거(2000년~2019년 2월) 금리 변동성 자료를 이 상품의 조건에 대입해서 계산해 보면 금리가 6개월 뒤 0.25%포인트 하락해 원금손실구간에 들어갈 가능성은 40.3%, 그리고 하락폭이 0.5%포인트보다 더 커져서 원금을 100% 잃어버릴 가능성은 22.4%에 이른다. 다섯 번에 한 번 꼴로 원금을 전부 잃는 구조라는 뜻이다.

이런 상품에 가입할 때 받아야 하는 기대수익률은 상당히 높아야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연 4%가 아니라 연 30%는 받아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계산이다.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소비자들이 기관에게 아주 싼값에 풋옵션을 발행해준 꼴이다. 이런 상품을 만들고 팔아준 업체들은 적지 않은 수수료를 챙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불공정한 거래를 막으려면, 기관과 개인 간의 정보격차를 줄여야 한다. 감독당국의 대책안에는 ‘팔지 마라’, ‘녹취를 해라’, ‘숙려기간을 줘라’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정부와 금융사가 책임을 피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은 부족하다.

구체적인 위험도를 수치로 제공해야 한다. 현재 규제로는 원금비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및 DLS 상품은 전부 고위험상품군과 초고위험상품군으로 분류된다. 전부 ‘위험하다’,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고만 한다면, 손실 가능성이 1%인지 99%인지 판단할 수 없다.

이번 상품 가입자 중 기존에 파생상품 투자를 경험해 본 비중이 78.2%라는 조사결과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여러 차례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 상품의 문제를 못 봤거나 얕잡아 본 것이다. 원금손실구간에 진입할 가능성은 40%이고 일단 진입하면 평균 75%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식으로 알려주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투자자를 어린아이 취급하는 것이 금융소비자 보호라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투자자는 숙려기간이 없어서, 녹취를 하지 않아서 보호받지 못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기대한 내용과 실제 투자된 내용이 크게 다를 때 보호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것이다. 투자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향으로 대책이 보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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