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한강과 메콩강

입력 2019-11-26 18:04   수정 2019-11-27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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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한반도의 허리를 동서로 휘감으며 약 500㎞를 달린다. 1960년대 이후 급성장한 한국 경제의 젖줄로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을 낳았다. 메콩강은 중국의 티베트 고원에서 시작해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태국, 베트남 등 ‘메콩 5개국’을 관통해 흐른다. 총 길이 4000여㎞로 한강의 8배에 이른다.

메콩 5개국의 인구는 2억4000만 명, 국가별 평균 연령은 27~38세다. 자원도 풍부해 석유와 가스까지 매장돼 있다. 최근에는 각국이 국경지역에 경제특구를 설치해 투자를 유치하고, 상대국에서 원·부자재를 들여와 완제품을 생산한 뒤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메콩 5개국 평균 경제성장률은 6.32%에 달했다.

메콩경제권은 동북아시아와 남아시아를 연결하는 중요한 지점에 있다. 이를 일찍 간파한 일본은 1990년대부터 메콩 유역 개발을 주도했다. 도요타그룹의 종합상사 도요타통상은 태국을 거점으로 삼고 인근 캄보디아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도 ‘중·메콩 협력기구’를 통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 일본과 중국을 추격하고 있다. 2011년 한·메콩 외교장관회의 개최 이후 인프라와 정보통신기술, 수자원 개발 등의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2011년 341억달러였던 한·메콩 무역액은 지난해 845억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인적 교류는 244만 명에서 690만 명으로 약 세 배 늘었다.

앞으로는 한 단계 높은 전략이 필요하다. 일본이 태국을 중심으로 주변 국가들을 활용하는 것과 같이 베트남에 대거 진출한 우리 기업들을 기반으로 경제협력 반경을 넓혀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금같이 ‘흩어진 모래알’처럼 접근하기보다는 주요 인프라에 투자를 집중하고 이와 연계한 생산·물류 벨트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과 메콩 국가들은 식민지배를 겪었고 냉전 시대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생존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국의 기술과 성장 노하우를 전해 달라는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오늘 부산에서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가 열린다. 어제는 한국무역협회가 한·메콩 기업인협의회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도약의 상징인 ‘한강의 기적’이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메콩강의 기적’으로 이어지고, 그 유역에서 공동 번영의 꽃이 활짝 피길 기대하고 응원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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