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유 11년만에 판매 뚝…항공업 시름에 정유사 울상

입력 2019-11-28 17:02   수정 2019-11-29 01:08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개 정유사의 항공유(油) 판매가 11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 경제 갈등으로 촉발된 일본 여행 거부 운동과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화물 운송량 감소로 항공업황이 침체된 탓이다.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항공유 시장 판도 변화도 전망된다.

2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정유 4사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8개 국적 항공사에 판매한 하루 평균 항공유는 10만4370배럴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1만110배럴)보다 5.2% 감소했다. 국적 항공사의 항공유 소비가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처음이다.

항공유는 그동안 정유사들의 효자 제품으로 꼽혔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 확대로 휘발유, 경유 수요가 정체된 것과 달리 항공유는 높은 소비 증가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국내 석유제품 수요는 연간 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항공유 판매는 매년 5%씩 꾸준히 증가해왔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한·일 갈등과 홍콩 정세 불안, 원·달러 환율 상승 여파로 승객·화물 수요가 동반 감소하면서 항공사들의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대한항공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 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70% 급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 57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도 전년보다 6.8% 감소했다.

정유사들은 한국에 취항하는 외국계 항공사 등 신규 고객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3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탑승객은 작년보다 0.5% 줄어들었지만 외항사는 오히려 11.5% 증가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인천~오클랜드 첫 직항편을 띄운 에어뉴질랜드와 에어프랑스를 신규 고객으로 유치했다. 정유 4사가 외항사에 공급하는 하루 평균 항공유 물량은 3만9960배럴로 작년보다 10% 가까이 늘었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향후 항공유 시장 판도도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항공유 시장은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가 60%가량을 차지하고 나머지 40%를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가 나눠 갖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전체 항공유 가운데 25%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범(汎)현대가(家)인 현대오일뱅크의 항공유 공급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항공유는 항공사의 결정에 따라 공급 정유사가 정해지는 구조다. 대한항공은 GS칼텍스에서 전체 항공유의 50% 이상을 공급받고 있다. GS그룹의 유통 계열사인 GS홈쇼핑과 한진그룹의 물류회사인 (주)한진이 양사 지분을 보유하는 등 관계가 돈독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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