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정유 4사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8개 국적 항공사에 판매한 하루 평균 항공유는 10만4370배럴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1만110배럴)보다 5.2% 감소했다. 국적 항공사의 항공유 소비가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처음이다.
항공유는 그동안 정유사들의 효자 제품으로 꼽혔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 확대로 휘발유, 경유 수요가 정체된 것과 달리 항공유는 높은 소비 증가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국내 석유제품 수요는 연간 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항공유 판매는 매년 5%씩 꾸준히 증가해왔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한·일 갈등과 홍콩 정세 불안, 원·달러 환율 상승 여파로 승객·화물 수요가 동반 감소하면서 항공사들의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대한항공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 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70% 급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 57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도 전년보다 6.8% 감소했다.
정유사들은 한국에 취항하는 외국계 항공사 등 신규 고객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3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탑승객은 작년보다 0.5% 줄어들었지만 외항사는 오히려 11.5% 증가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인천~오클랜드 첫 직항편을 띄운 에어뉴질랜드와 에어프랑스를 신규 고객으로 유치했다. 정유 4사가 외항사에 공급하는 하루 평균 항공유 물량은 3만9960배럴로 작년보다 10% 가까이 늘었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향후 항공유 시장 판도도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항공유 시장은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가 60%가량을 차지하고 나머지 40%를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가 나눠 갖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전체 항공유 가운데 25%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범(汎)현대가(家)인 현대오일뱅크의 항공유 공급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항공유는 항공사의 결정에 따라 공급 정유사가 정해지는 구조다. 대한항공은 GS칼텍스에서 전체 항공유의 50% 이상을 공급받고 있다. GS그룹의 유통 계열사인 GS홈쇼핑과 한진그룹의 물류회사인 (주)한진이 양사 지분을 보유하는 등 관계가 돈독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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