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교육>은 젊은 세대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런 현상들의 원인을 교육에서 찾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저자는 사회 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변호사이자 교육운동가인 그레그 루키아노프다.
이 책은 분석 대상을 1995년 이후 출생한 ‘i세대’로 잡았다. 한국에서 최근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90년대생’ 중에서도 후반에 태어난 이들로 범위를 좁혔다. i세대는 ‘인터넷 세대’라는 의미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되고 ‘인터넷을 호주머니에 넣고 자라난 첫 세대’에 해당한다. 저자들은 이들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의 거대한 사회적·상업적 실험 속에 푹 잠긴 채, 인격 형성에 중요한 10대 시절을 보냈던 (지금도 보내는 중인) 첫 번째 세대”라고 일컫는다. 실제 스마트폰과 SNS 사용이 많을수록 이런 감정들이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저자들에 따르면 2007년 이후 미국 10대의 사회생활 자체도 현격히 달라졌다. 여기엔 ‘안전주의 문화’의 영향이 크다. 안전주의 문화는 자율적인 양육에서 보호적인 양육으로 변한 것을 이른다. 요즘 미국 학생들은 부모의 지도와 감시 아래 공부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런 상황이 한국과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대한민국 부모들은 대학 입시 걱정에 치여 아이들의 자유 놀이 시간을 죄다 줄이는 대신 비싸고 힘에 부치는 학원 수업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안전주의는 실제든 상상이든 ‘위협’을 없애려 하고, 합리적인 절충을 모색하지 않는 강박적인 태도로 이어진다. 이런 안전주의 속에서 젊은이들은 세상과 만나는 데 필요한 경험을 박탈당하고, 자기 스스로를 걸핏하면 희생자로 보는 경향이 생긴다. 안전을 강조한 나머지 사상과 표현이 가로막히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SNS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 상대가 악의적일 것이라는 가정하에 모든 발언이 해석되고, 갖가지 비합리적인 ‘인지왜곡’이 이뤄진다. SNS의 특성상 ‘우리 대 그들’을 나눠 적대하는 문화가 퍼지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조장되기도 한다. 감정적 추론과 이분법의 고착화는 미국에서 심해지고 있는 정치적 양극화와도 연결된다. 2010년대 들어 많은 정치적 사건이 발생했고, 대학 내에서 정의에 대한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저자들은 “아이들이 극단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선 보다 자유롭게 양육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이든 자기 힘으로 할 수 있게 준비시키고, 자녀가 ‘작은’ 리스크들을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아이들이 주변에서 또래 공동체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생산적 의견 충돌’을 많이 벌일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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