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구 지하차도 오토바이 뺑소니, 단독 사고로 접수돼 증거 사라졌다

입력 2019-11-29 08:36   수정 2019-11-29 09:15



"대구 효목네거리 지하차도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 제보 및 목격자를 찾습니다."

지난 20일 밤 11시 5분경 대구 효목네거리 지하차도 동대구역 방향 지하차도를 지나던 6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넘어져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건을 경찰에 신고한 A 씨는 사고가 난지 4분 후 현장을 지나던 운전자로 앞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른채 쓰러진 피해자를 보고 "오토바이가 쓰러져 있고 헬멧을 쓴 분이 넘어져 있다"고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피해자 B 씨에게 사건 경위를 물었으나 워낙 순간적으로 일어난 사고에 경황이 없었던 B 씨는 "내가 혼자 넘어진 것 같다"고 답했다.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B 씨에 대해 음주여부를 조사했으나 술을 마신 상황은 아니었다. 이로 인해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다.

단독 사고로 처리돼 묻혀버릴 뻔한 이 사건이 실은 뺑소니 사고였다는 게 알려진 것은 사고 이틀 후 당시 현장을 지나던 또 다른 운전자 C씨가 인근 파출소에 영상을 제보한 덕분이다.

경찰에 따르면 "주행 중 이 상황을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담을 수 있었던 C 씨는 다른 차가 신고했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냥 지나쳤다가 찜찜한 마음에 이틀 뒤 관할 파출소에 이 영상을 제보했다"면서 "B 씨는 사고가 워낙 순간적으로 일어나다보니 자신이 다른 오토바이와 충돌했다는 것을 몰랐고 혼자 넘어진 것으로 오인하는 바람에 뺑소니로 접수가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C씨의 제보 영상을 확인한 후 바로 뺑소니 전담반 관할 사건으로 전환해 인근 CCTV와 현장을 지나던 차량들의 블랙박스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사건이 일반 사고로 접수돼 있던 이틀 동안 가해 오토바이 운전자를 특정지을 유력한 증거가 담긴 택시의 블랙박스 영상이 유실된 후였다.

경찰은 "처음부터 뺑소니로 접수가 됐으면 택시 블랙박스 등을 빠르게 확보해 가해자를 추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며 "이미 영상이 지워진 뒤였다"라고 말했다.

사고를 당한 B 씨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어깨뼈와 갈비뼈 3대가 부러져 수술을 마친 상태다.



경찰은 "현장을 지나면서 사고를 목격한 차량들이 있었지만 우회전 차량은 직진 차량이 신고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직진 차량은 우회전 한 차가 신고했을 것이라고 생각한 듯 하다"면서 "좀 더 적극적인 제보가 있었다면 뺑소니범을 바로 찾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현재까지 유력한 제보는 없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제보-대구동부경찰서 교통조사계
연락처:053)960-3858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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