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사진=방송화면캡쳐)](https://img.hankyung.com/photo/201911/20191130140526_5de1f896c4d27_1.jpg)
KBS 드라마스페셜 2019의 마지막 작품 ‘히든’이 ‘소년 범죄’에 대한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지난 29일 방송된 KBS 드라마스페셜 2019 ‘히든’은 범법 소년이었던 김건(서동현)과 소년 범죄로 존경하는 선임을 잃은 형사 한주경(류현경)의 이야기를 통해 ‘촉법 소년’이란 사법 시스템의 허점과 양면성을 현실적인 시선으로 담아냈다. 이에 “소년 범죄, 촉법 소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드라마스페셜이어서 가능했던 이야기, 단막극의 가치를 전했다”라는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늦은 밤, 벌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아파트 동 입구 유리문을 두드리는 주경. 지나가던 경비는 “그 704호 어제 이사 갔어요”라고 전했다. 한 아이가 엄마 차를 끌고 나가 사고를 일으켰고, 피해자는 사망했다. 그럼에도 만 9세, 법으론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 범법 소년이란 이유로 훈방조치 됐다. 부모는 병원 한 번 찾아오지 않았고, 잘못했단 사과 한마디 없이 이사해버렸다. 한순간에 존경하던 선임을 잃은 주경이 아이들을 믿지 않게 된 이유였다.
그런 그녀가 또 다른 시한폭탄을 만났다. 엄마 공선주(오연아)를 폭행하고 집을 나간 아이, 김건이었다. 몸싸움한 듯늘어진 옷, 손목과 얼굴에 난 상처, 엉망이 된 집까지, 명확한 정황에도 엄마 선주는 “우리 건이가 원래 이런 애는 아니야. 이런 것도 처음이고”라며 “우리 건이 좀 찾아줄래?”라고 읍소할 뿐이었다. 그러나 주경과 후배 형사 송재호(양대혁)가 조사한 건이는 좀 달랐다. 다른 학생들의 돈과 물품을 갈취해왔던 것.
“얘 뭔가 더 있을 것 같다”던 주경의 의심은 적중했다. 그는 5년 전, 옥상에서 돌을 던져 보행 중이던 피해자를 사망케 한 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던 범법 소년이었다. 그의 방에서 가져온 태블릿의 최근 검색 내역에는 ‘촉법소년’, ‘촉법소년 처벌’, ‘촉법소년 해제’ 등으로 가득했다. 05년생인 건, 촉법소년이 해지되기까지 단 3일 만이 남았다. 주경은 그가 3일 안에 또다시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건의 촉법 소년 해제까지 단 하루가 남은 시각, 그는 아빠이자 대학교수인 김현(최대훈)의 지갑을 훔치고, 연구실 문에 낙서까지 하고 달아났다. 주경은 “죄짓고도 어리다는 이유로 빠져나가는 거, 그러고도 아무 일 없이 사는 거. 또다시 그러도록 놔두지 않을 거다”라고 결심했는데, 건의 행적을 좇을수록 전혀 다른 진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먼저, 훔친 카드로 인출한 돈은 자신 때문에 사망한 피해자 아들의 치료비로 사용됐다.
5년 전, 엄마 선주는 사건 당시 아들과 함께 있던 용현(유재상)에게 할머니 치료비를 대가로 입을 다물라고 요구했다. 그 후 이들은 이사했고, 동네에 남은 용현은 ‘살인한 아이’라고 손가락질받았다. 건의 부모는 용현을 “부모 없는 애, 가난한 애, 그래서 이사도 못 가는 애”라며 쉽게 이용했고, 용현은 이제라도 자수하고 처벌받고 싶다는 건이를 “너도 그냥 네 부모처럼 거짓말 속에 숨어 살아”라며 자극했다.
그제야 “사람 속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 봐. 그리고 또 확인해보고. 선과 악, 함부로 결정짓지 말아. 한 사람 인생이니까”라던 선임의 말뜻을 온전히 이해한 주경. 실수로 범죄를 저지르고 자수하겠다는 아이를 막은 건 그의 부모였다. “너 때문에 이제껏 쌓아온 모든 것이, 너 때문에 다 망가지게 생겼는데”라던 엄마와 아이가 가출을 했음에도 학교 내 평판만 걱정하던 아빠까지. 건은 촉법 소년이 해지된 후 범죄를 저질러 죗값을 받으려던 것이었다.
주경은 촉법 소년이 해지되던 날 엄마의 작업실에 불을 지르는 건이를 발견했다. “이제 더 이상은 겁쟁이 도망자 괴물로 숨어 살 순 없어”라던 그의 진심이었다. 또다시 죄를 감추려는 엄마 앞에서 문을 잠그고 블라인드를 내려버린 건. 그렇게 취조실에서 주경과 마주 앉았다. 그의 선택은 그간 생각해보지 못했던 ‘소년 범죄’의 현실과 그 이면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을 선사했다.
이준현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hub@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