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성폭력' 인면수심 아버지, 법무부 교도관이라 처벌 피했다?

입력 2019-12-01 10:26   수정 2019-12-01 10:46



"나는 아버지를 고소합니다."

지난달 30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뤄진 공소시효 만료 친족 성폭력에 대해 국민들의 공분이 높아지고 있다.

30대가 된 금주, 은주, 동주(가명) 세 자매의 집. 하지만 어린시절 자매들에게 집은 가장 두렵고 끔찍한 곳이었다.

세 자매의 주장에 따르면 아버지는 평소에도 수차례 쇠파이프와 호스로 자매들을 때렸다.

아이들이 기절하면 찬물을 끼얹고 다시 매질을 반복했다. 하지만 더 끔찍했던 일은 모두가 잠든 밤에 이뤄졌다. 몰래 딸들의 방을 찾아가 속옷을 들치고 차마 입에 담기 힘든 행동을 자행했던 것.

아직 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딸이 공포심에 문을 걸어잠그고 잠이 들면 아버지는 베란다에서 세탁기를 밟고 창문으로 기어들어와 성추행을 하기도 했다.

참다못해 고등학생이던 셋째 동주 씨가 직접 경찰서를 찾아간 적도 있다. 하지만 진술을 듣던 경찰은 아버지의 직업을 듣자 "도와주기 어렵겠다"면서 동주씨를 돌려보냈다.



아버지의 직업은 '교도관', 다름아닌 법무부 공무원이었다.

세 자매에게 족쇄와 수갑을 채우고 방에 감금시켰다는 아버지. 말을 듣지 않으면 머리를 빡빡 밀어버리고 발가벗긴 채 구타했다는 그는 바로 교도관이었다. 세 자매 또한 재소자를 다루듯 했던 걸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세 딸의 증언에 어린시절 아버지의 폭력을 목격했던 주변 사람들을 찾아갔다.

이웃들이 기억하는 세 자매의 아버지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딸들이 어긋날까 봐 노심초사하던 인상 좋았던 사람. 반면 세 자매의 학창 시절 동창들은 모두 한결같은 증언을 들려줬다. 온몸에 멍이 가득했던 자매들과 친구들까지 구둣발로 밟고 때리던 아버지의 모습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을 만난 아버지는 "돈 떨어지면 꼭 그러는 것이다. 엎드려 놓고 마사지한 것 밖에 없는데 무슨 걔들이 고소를 한 대"라며 고소를 한다고 하는지 아닌지 그것만 알려달라고 말했다.

성추행에 대해서는 "둘째 딸한테는 한 번 막대기로 슬쩍 그쪽 부위를 가리키면서 그런 적 있다. 또 엎드려 놓고 마사지한 것 밖에 없다. 법적으로 하겠다. 뭐에 대해 사과하라는 건가"라며 부인했다.

세 딸들이 영원히 고통받는 이유는 어린시절 당한 성폭력에 대해 처벌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공소시효다.

세 자매는 지난 11월 4일 아버지를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공소시효가 지나 법적 처벌이 어렵다고 전망했다.

13세 미만의 아동과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2013년에 폐지됐다. 하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에 대해서는 적용이 어렵다. 세 사건 모두 2013년보다 훨씬 전에 공소시효가 완료된 상태. 이에 전문가들은 친족 성폭력 사건의 경우 성인이 돼서 트라우마가 발생한 시점, 즉 피해를 본 시점부터 시효를 계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친족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 폐지를 위해 청원 글을 올리기로 하는 동주 씨. 과연 그의 외침은 응답받을 수 있을까?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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