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을 계기로 2007년 LG그룹에 입사한 그는 경력을 살려 소비자조사팀에 3개월 근무하다가 화장품 브랜드 후 팀에 합류했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후 브랜드팀에서 해외 진출과 인기 상품 개발 등 여러 성과를 냈다. 후가 중국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지난해 연매출 2조원을 넘어서는 등 효자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 상무는 후를 키운 성과를 인정받아 수려한, 비욘드 등을 거쳐 2017년부터는 오휘 브랜드 매니저 업무를 맡았다. 차석용 LG생건 부회장은 올초 그를 오휘마케팅부문장에 앉혔고 연말 인사에선 상무직을 줬다. 차 부회장이 주문한 건 “오휘 꼭 잘 해내라”는 것. 후를 키웠던 경험을 살려 오휘를 더 큰 브랜드로 키워내는 것이 임 상무의 소임이다.
임 상무는 “오휘는 우리에게 아픈 손가락 같은 브랜드였다”며 “기능이 많고 과학적이며 효능이 좋은 브랜드라는 것으로만 20년 브랜드를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 인지도는 높은데 선호도가 낮다는 걸 확인하고 일단 예쁜 패키지를 사용하고 감성적 마케팅으로 접근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아시아나항공과 협업해 승무원이 사용하는 화장품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오휘 화장품에 리본을 묶은 것도 승무원의 스카프를 연상시키면서 피부 코어(중심)를 단단히 잡아준다는 기능을 강조하려는 취지였다.
임 상무는 “가장 큰 성과는 꽃무늬를 넣은 오휘 쿠션을 두 달 동안 20만 개 판매한 것”이라고 했다. 보통 쿠션은 한 달에 5000개에서 많아야 1만 개 정도 팔리는데 꽃 한 송이를 3차원(3D)으로 각인해서 넣은 쿠션이 ‘대박’을 터뜨렸다. 임 상무는 “향수처럼 예쁜 쿠션, 리본 등 여성스러운 콘셉트가 통한다는 걸 확인한 계기”라며 “오휘의 고급 제품군인 더 퍼스트에 ‘하이주얼리’ 스토리를 입혀 럭셔리 마케팅으로 접근한 것도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그의 과제는 색조 제품이다. 기초 화장품은 자리를 잡았지만 색조 화장품이 약하다고 보고 내년엔 오휘 브랜드에서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또 미국과 중국, 베트남 사업을 더 키우는 게 목표다. 차 부회장은 미국 에이본 사업도 그에게 맡겼다. 임 상무는 “글로벌 유통망, 생산력을 잘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생건은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임 상무는 “산업군 자체가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여성 직원도, 여성 리더도 많은 편”이라며 “입사 후 여러 팀장급 여성 리더가 포용력 있게 팀워크를 이끌어내는 것을 보고 많이 배웠다”고 했다. LG생건에는 부사장 1명, 전무 1명, 상무 7명 등 9명의 여성 임원이 근무하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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