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증시 '매수 산타'가 없다

입력 2019-12-01 18:05   수정 2019-12-02 02:32

12월 주식시장의 수급이 불안정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의 수급 축인 외국인, 기관, 개인 모두 매수세를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홍콩 사태를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시장을 지속적으로 팔고 있다. 개인 ‘큰손’들도 연말 세법상 대주주 양도세를 회피하기 위한 매도가 불가피해 보인다. 국민연금도 매수 여력이 떨어져 시장 안전판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바닥난 연기금 매수 여력

1일 금융투자업계에선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매수 여력이 사실상 바닥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발표한 국민연금 8월 통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액(8월 말 기준)은 114조3815억원으로 운용금액(708조1737억원) 대비 16.15%를 기록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최대 17.3%다. 단순하게 보면 전체 운용금액의 17.3%에 해당하는 122조5140억원까지 약 8조2000억원의 순매수 여력이 남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9~11월 코스피지수가 6.10% 오른 점을 감안하면 이미 목표치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을 앞세운 연기금 순매수 금액(유가증권시장 기준)은 8월 2조4908억원에 이어 9월 2조5556억원에 달했지만 이후 눈에 띄게 줄었다. 10월과 11월 순매수 규모는 각각 5345억원, 3994억원에 불과했다.

시장에선 국민연금의 남은 매수 여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 ‘연기금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8~9월에는 연기금이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 방어 역할을 했지만 연말 적극적 매수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심상찮은 외국인 ‘셀 코리아’

외국인의 ‘셀 코리아(sell Korea)’ 공세가 심상치 않다. 규모와 기간 모두 기록적이다.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3조5000억원어치 넘게 팔아치웠다. 올 들어 최대 규모다. 또 지난달 7일부터 29일까지 17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서 약 4년 만에 최장기 매도 기록을 세웠다.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중국A주 편입으로 한국 비중이 줄어든 데다 홍콩 사태로 인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인권법안에 최종 서명하면서 미·중 무역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장에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MSCI 리밸런싱으로 인한 매도세가 워낙 컸던 만큼 12월에도 그 정도의 매도세가 이어지진 않겠지만 미·중 무역협상이 이뤄지기 전까지 외국인 매수세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빠져나갔던 외국인 자금은 12월에 관망하는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연말 세법상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를 피하기 위한 ‘큰손’의 매도 물량이 쏟아질 전망이다. 한 종목 보유액이 15억원 이상이면 대주주 요건을 충족한다.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면 매도 차익에 대해 최대 27.5%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직전 사업연도 말 기준의 보유액을 기준으로 한다. 내년 4월부턴 이 기준이 10억원 미만으로 낮아져 양도세 회피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올해 말 기준 한 종목 주식을 12억원어치 가진 투자자가 내년 4월부터 이 종목을 매도하면 양도세를 내야 한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양도소득세 때문에 개인 투자자는 12월 동안 단일 종목에 대해 보유액을 10억원 이하로 낮춰야 할 이유가 있다”며 “과거에도 12월에 개인 매물이 쏟아지면서 코스닥 종목 주가를 끌어내리곤 했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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