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연말 가계대출 문턱 높아진다

입력 2019-12-01 18:00   수정 2019-12-02 01:54

시중은행들이 올해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 한도를 꽉 채웠다. 가계 대출보다 기업 대출에 가점을 주는 새 예대율 규제 시행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 연말 소비자들이 은행에서 가계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턱밑까지 찬 가계대출 한도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은 총 604조299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대출잔액(570조3635억원)보다 5.95% 늘어난 수치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도 이 기간 5.62% 늘었다. 지난해 말 827조5978억원이었던 잔액이 지난 10월 말 874조1373억원까지 불어났다.

이는 금융당국이 올해 설정한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인 ‘5%대’를 거의 다 채운 수준이다. 목표치는 은행 외에 다른 금융사를 포함한다. 추가 대출 여력이 거의 사라졌다. 대부분의 대형 은행은 이미 10월 기준으로 6%를 웃돌았다. 농협이 9.46%로 가장 높았고 신한(6.88%) 우리(6.53%) KEB하나(6.12%) 등 순이었다. 상반기부터 가계 대출 증가를 억제해 온 국민은행만 2.09%로 목표치보다 낮았다.

목표치를 넘기면 당장의 제재는 없지만 향후 영업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별로 가계대출 증가 수치를 매달 확인하고 있다”며 “올해 목표치를 크게 웃돌면 내년 대출 증가율 목표치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자발적인 대출 축소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新)예대율 규제에 ‘진퇴양난’

내년 초 시행되는 새 예대율 규제도 가계 대출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예대율은 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을 말한다. 새 규제는 가계 대출은 대출액의 15%를 가중하고 기업 대출은 15%를 줄여 계산한다. 예대율을 맞추려면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늘려야 한다.

대부분의 대형은행은 이미 100% 안팎의 예대율을 기록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신 금리를 높여 예금 규모를 키우면 대출 규모를 더 늘릴 수 있다”면서도 “기준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높이기도 어려워 겨우 유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말 오픈뱅킹이 시행되면서 고객 이탈을 막아야 하는 과제도 있다. 같은 달 기준금리 인하 이후 외국계 은행을 제외한 시중 은행 대부분이 예금 금리를 동결해 오고 있다.

여러모로 금융 소비자들에게는 올해 남은 기간 대출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출 심사가 깐깐해지고 금리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은행들은 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가산·우대금리를 조절해 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한다.

가계대출 시장에서 공급·수요 간 불균형이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부동산값이 올 들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주택 대출 수요 자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7조2000억원에 달해 8월 기록한 연중 최고치(7조4000억원)에 근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전체의 주택담보대출은 올 3분기에만 13조원 늘어났다. 2016년 3분기(13조4000억원) 이후 가장 많았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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